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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이 먼저 요구 안해도 알아서 챙겨드려야죠”
제자 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성악과 김인혜(49)교수가 지난 28일 서울대 징계위원회로부터 파면 결정을 받았다. 김 교수는 폭행 이외에도 공연티켓 강매와 금품 수수 등의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 사건은 비단 서울대 음대만이 아닌 대학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려대 의대 학생이 지도교수의 폭행과 연구비 착복을 견디다 못해 검찰에 고소하는 사건이 이어졌고 예체능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는 “때마다 고가의 선물을 챙기는 것은 관행처럼 일어져온 일”이라는 하소연도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교수 사회 전반의 고질적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올해 서울 모 대학 무용과에 입학한 박지선(19ㆍ가명ㆍ여)씨는 예술고등학교 재학 당시 기억을 털어놨다. 박씨는 “발레 담당 선생님이 자신의 대학 시절 지도 교수의 공연이 있을 때면 반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공연을 보러갔다. 원칙적으로는 자율 참석이었지만 선생님한테 찍히지 않기 위해 모든 아이들이 참석했다”며 “지도 교수한테 잘보이기 위해 아이들을 데려간 것 같았다.우리 말고도 다른 학교애들도 많이 왔었다”고 말했다.

예능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모 대학교 중국어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김은경(28ㆍ가명ㆍ여)씨는 “대학원 생활 내내 공부보다 교수 비위를 맞추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타대학 학부 출신이라 지도 교수에게 더 잘보일 필요가 있었다. 교수가 대학원생들과 회식을 할 때면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곤 했지만 빠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간의 경쟁도 치열했다. 김씨는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 중에 가정이 있는 30-40대 여성도 많았는데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 빠지지 않더라. 명절이나 교수 생일 등에 선물의 품질을 놓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수의 우월적 지위와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김씨는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학생이 20명이라고 하면 그 중 박사를 하고 교수가 되는 사람은 1-2명이 고작이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니 교수님과 친분을 쌓아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학 측은 신중한 반응이다. 일부 교수의 개인적인 잘못일 뿐 대학 전체의 문제로 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건 극히 일부 교수의 일일 뿐 모든 교수들이 그렇진 않다”고 일축했다. 서울 모 음대 행정 관계자도 “김인혜 교수 사건 이후 도제식 교육의 부정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는데 분명 장점도 많다. 김 교수 개인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 측은 징계 처분에 대해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공무원 소청심사위원회 소청 절차를 거쳐 행정법원에 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 측 대리인은 “학교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파면 통보를 받게 되면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징계 내용 뿐만이 아닐 절차에 대한 모든 부분이 소송 대상”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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