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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속사와 연 끊은 유명 먹방 유튜버, 法 “단순 변심, 위약금 1억6000만원 내라”
계약기간 2년이었는데 1년 만에 무단 해지
법원 “단순 변심으로 계약 해지, 위약금 지급해야”
설기양 측 “2심에서 사실 밝히겠다”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오히려 본인의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문 중)

13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설기양(본명 김지영·26)이 단순 변심으로 초창기 소속사와 계약을 무단 해지했다가 위약금을 지급하게 됐다. 구독자가 32만명이었던 시절 계약한 소속사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광고수익 수령 계정을 무단으로 변경한 책임 등이 인정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15민사부(부장 최규연)는 설기양의 전 소속사 대표 A씨가 설기양을 상대로 낸 위약금 소송에서 A씨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설기양이 A씨에게 1억5739만9473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설기양도 A씨를 상대로 “신뢰관계가 이미 깨져 위약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맞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생 소속사를 운영한 A씨는 설기양과 2020년 1월, 파트너십 표준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2년. A씨가 설기양 채널의 성장을 위해 기획·지원·관리 등을 도맡고, 수익의 30%를 지급받는 내용이었다.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A씨는 잠재력 있는 유튜버를 발굴해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소속사를 운영했다.

계약 이후 설기양의 채널은 급성장했다. 구독자의 수가 계약 무렵엔 약 32만명이었지만 불과 약 1년 만에 436만명으로 13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설기양은 2021년 2월, 돌연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을 때였다. 설기양은 “계약 내용이 본인에게 현저히 불리하다”며 계약의 전부 무효를 주장했다. 또한 “A씨의 관리 및 지원도 게을렀다”며 “신뢰관계가 깨져 A씨에게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설기양이 단순 변심에 따라 계약을 무단으로 해지했다”며 “유효한 계약서에 따라 위약금을 지급해달라”고 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 내용이 설기양에게 불리하지 않고, A씨가 지원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오히려 설기양이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수익분배비율(A씨 3 : 설기양 7)이 영상 기획, 편집자 등 직원 고용, 키워드 분석, 문의에 대한 응대 등 A씨가 역할을 수행한 것에 비췄을 때 현저히 높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지속적으로 기획 회의·음식 선정과 배치·섬네일 등에 관여한 사실이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드러나고, 아파트를 계약해 설기양이 영상 촬영지로 사용하게 해줬으며, 촬영 장비 구입을 대신 해줬을 뿐 아니라 다른 채널과 합방(함께 출연하는 방송) 주선, SNS 관리 등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설기양 측은 “A씨가 수익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A씨가 관리하는 다른 채널은 본인 채널처럼 성장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설기양이 계약을 무단 해지한 것이 맞으므로, 잔여 계약기간과 당시 월평균 수익을 계산해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튜버 홍보대행사 대표는 “기존 소속사 입장에선 배신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소속사가 유망한 유튜버에게 투자하고 성장시키려는 시도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설기양 측이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변호사를 교체해 항소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설기양 측은 헤럴드경제에 “2심에서 명백한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며 “1심에선 계약 전체가 불공정해 무효라는 부분에 집중했지만 2심에선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한 해지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입증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1·2심에서 A씨를 대리하고 있는 현창윤 변호사는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라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게 어렵다”며 정중하게 인터뷰를 거절했다.

안세연 기자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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