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6-2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kt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누가 알았을까. 프로야구 LG트윈스가 94년 이후 무려 29년만에 꿈에도 그리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에서 선발 케이시 켈리의 호투와 우승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박해민과 김현수가 공격을 풀어간 끝에 6-2로 승리했다.

1차전을 패했지만 박동원 오지환 등이 결정적인 역전홈런을 터뜨리며 kt 마무리를 무너뜨려 2,3차전을 가져왔고 4차전도 완승을 거뒀던 LG는 이날 5차전도 시종 리드한 끝에 승리하며 종합 전적 4승 1패로 대망의 우승컵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최고의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선수들과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영표와 케이시 켈리가 선발 대결을 펼친 5차전은 타선의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kt는 1회초 안타와 실책, 폭투로 2사 1, 3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선취점을 뽑는 데 실패했다.

LG는 2회말 공격에서 오스틴 딘과 문보경이 우전안타를 날려 1사 1, 3루를 만들었으나 박동원이 병살타를 쳐 역시 기회를 무산시켰다.

그러나 LG는 3회말 선두타자 문성주가 중전안타, 신재민가 볼넷을 고른 뒤 홍창기가 희생번트를 대 1사 2, 3루를 만들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말 무사 2,3루에서 LG 김현수가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유광점퍼를 입고 관중석에서 LG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타석에 나선 박해민이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통렬한 2루타를 날려 2-0으로 기선을 잡았다.

박해민은 또 김현수 타석에서 기습적인 3루 도루에 성공한 뒤 후속 땅볼 때 박병호가 1루쪽 땅볼타구를 놓치는 사이 홈을 파고들어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kt는 공수 교대 뒤 추격의 기회를 잡는 듯했다.

4회초 2사 1, 2루에서 대타 김민혁은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LG 중견수 박해민이 그림같은 다이빙 캐치로 잡아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끌려가던 kt는 5회초 배정대와 김상수의 연속 안타에 이어진 2사 1, 3루에서 LG 선발 켈리가 폭투를 저지르는 사이 1점을 만회했다.

그러나 LG는 5회말 다시 kt 마운드를 압박했다.

홍창기가 투수 강습안타, 박해민은 우전안타에 이은 도루로 무사 2, 3루에서 김현수가 바뀐 투수 이상동을 상대로 2타점 우전 안타를 날려 5-1로 달아났다.

6회에는 우월 2루타를 치고 나간 문보경을 문성주가 우전 적시타로 불러들여 1점을 추가했다.

kt는 7회초 좌전안타를 친 조용호가 후속 땅볼과 폭투로 홈을 밟아 다시 1점을 만회했다.

LG는 선발 켈리가 5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5안타와 볼넷 3개를 허용했으나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6회부터는 유영찬(1⅔이닝)-함덕주(1⅓이닝)-고우석(1이닝)이 이어 던지며 팀의 값진 우승을 합작했다. 공격에서는 박해민이 3타수 2안타 2타점 2도루와 탄탄한 수비로 펼펄 날았고 김현수는 4타수 1안타 3타점으로 뒤를 받쳤다.

반면 kt는 믿었던 선발 고영표가 4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5실점 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LG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멤버였던 MBC 청룡을 1990년 인수하며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구단 인수 뒤 90년 백인천 감독 시절과, 94년 이광환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지만 3번째 우승까지 가는 길은 길고도 험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기나긴 암흑기를 거쳐야했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좋은 선수들을 잇달아 드래프트하며 전력이 강화대 우승후보로 거론되거나 강팀으로 꼽히면서도 경험부족, 혹은 지나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업셋을 당하기 일쑤였다.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간절히 우승을 바랬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며 자조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올시즌을 앞두고 유강남이 떠난 포수자리에 공격력과 도루저지 능력이 뛰어난 박동원을 영입했고, 매년 속을 썩였던 외국인 타자 자리에 오스틴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가세하면서 부족했던 퍼즐을 맞출 수 있었고 시즌 초반부터 고공행진을 펼친 끝에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