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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순’ 이유미 “기분 나쁘지 않게 반말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9개월 동안 강남순으로 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행복하기도 하고 헛헛하기도 하다.”

배우 이유미(29)가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지난 26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으로 연타석 히트를 날리고 있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지간인 강남순(이유미)과 엄마 황금주(김정은), 외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친 작품이다. 이유미가 맡은 강남순은 괴력을 가진 순수한 여성으로 몽골에서 교포 할머니에게 한국어를 배워 반말을 쓴다.

“강남순은 순수하고 맑고 선한 친구다.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잘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캐릭터 때문에 반말을 써야 했는데, 시청자분들이 기분 나쁘게 들리면 안되니까 기분 나쁘지 않게 반말을 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실제 그는 반말을 하고도 시청자의 기분을 안나쁘게 하는데 성공해 거의 욕을 먹지 않았다. 노하우가 있었다. 이유미는 “감독님이 딸이 자기에게 반말을 하는 데 기분 나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면서 “그 말을 듣고 힌트를 얻었다. 아이 같은 순수함. 악의 없게 반말하면 되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유미는 “남순은 어릴때 가족들과 떨어져 착한 몽골부모를 만나 순수하고 선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몽골 엄마아빠가 잘 챙겨주었다. 내가 처음 올 때 옷을 보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분이다”고 남순이 순수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유미는 백미경 작가로부터 강남순 캐릭터가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유미는 “백 작가님 글은 만화책을 보는 것 같고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더욱 재미있고, 그래서 더 하고싶었다”고 전했다.

이유미가 남순 연기에 어울렸던 이유는 또 있다.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유미는 “제 지인들이 남순을 보면서 ‘딱 너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가진 100%에 50%를 더한 게 남순 캐릭터다. 그래선지 남순을 연기하면서 더 밝아졌다. 남순의 선한 마음이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강남순-황금순-길중간, 이 세 캐릭터가 주인공인 드라마지만, 이유미가 맡은 캐릭터가 제목에 들어간다. 부담도 됐지만 배울 수 있는 게 많아 좋았다고 헸다.

“김정은, 김해숙 선배님과 연기할 때 긴장을 많이 했다. TV에서 봐왔던 사람들과 리딩을 함께 하니 신기했다. 막상 현장에 갔더니 ‘니가 남순이구나’ 하고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수다도 떨어주셔서 마음 편하게 연기했다. 기가 빨렸다기 보다는 기를 얻었다. 함께 연기하는 사람의 말이나 모습에서 에너지가 전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두 선배님들이 그랬다. 나도 두 선배님 처럼 되고싶다.”

이유미는 김정은 선배가 눈빛으로 압도하는 배우라는 점, 김해숙 선배가 일하는 게 너무 좋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에는 김해숙과 정보석의 멜로가 큰 분량을 차지한다. 이유미는 “김해숙-정보석 선배님의 사랑에 관한 연기를 보면서 나이가 들면 로맨스 기회가 줄어들 거라고 겁낼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유미는 자신을 알아보는 연련층이 주로 어린 층이었다면 ‘힘쎈여자 강남순’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알려진 것도 큰 수확이다. 이유미는 “부산 등 지방 촬영을 몇차례 나갔는데, 많은 사람이 ‘남순아’ 하고 불러주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유미는 “만약 괴력이 생긴다면 뭘 하고싶냐”는 질문에 “근래 지방촬영을 많이 다녔는데, 출퇴근 시간이 겹치면 교통이 막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힘과 스피드가 있다면 내가 차를 들고 뛰겠다”고 했다.

이유미는 ‘오징어게임’이나 ‘지우학’ 같은 음지 캐릭터를 연기하면 캐릭터의 편견과 결핍, 욕망, 숨기고 싶은 것 등이 뭘까를 생각하다가, 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면서 조금 차분해지기도 하는 등 성장한다고 했다. 반면 양지 캐릭터를 맡을 때에는 뭘 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바뀌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물론 두 가지 캐릭터 모두 연기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유미는 작품 선택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킬러, 사이코, 의사 등 하고싶은 캐릭터를 지정하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봤을때 궁금해할 수 있는 캐릭터면 좋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의 ‘지영’은 잠깐 만난 사람에게 목숨을 주는 게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기에 그랬을까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지우학’의 나연도 어떻게 살았길래 못되고 과감하게 싫은 티를 내지? 이 친구의 부모와 가정환경 모두 궁금했고, 나연은 무리에서 어떤 아이일지를 생각했다. ‘멘탈코치 제갈길’의 ‘차가을’을 연기할 때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운동선수의 슬럼프와, 숏트랙의 특정동작이 갑자기 안되는 것 등이 궁금했다.”

이유미는 함께 연기한 지구대 경위 옹성우(강희식 역)와 변우석(류시오 역)과의 촬영 경험도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옹성우 씨는 연기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많이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장난도 치고 웃겼다. 이 친구의 코미디를 사람들이 봤으면 했다. 변우석은 키가 너무 커(189㎝) 감독이 애플박스에 올라 찍고 있었다.”

이유미는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부모와 영화관을 자주 가면서 배우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마음에 저 사람(배우)은 어떻게 해서 나왔나 하고 궁금해하다가, 중1때 일을 저질렀다. 회사(연예기획사)를 알아보고 배우 콘테스트에 나가 연기하고 싶다고 하면서 아역부터 꾸준히 연기 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이유미는 한국에서 에미상을 최초로 받은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일찌감치 글로벌 배우가 됐다. 이유미는 “‘오징어게임’으로 아무도 절 모를때 상을 받음으로써 나를 알릴 기회가 됐다. 지금은 그 상이 그후의 나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내가 더 다양한 걸 할 수 있다고 확인받을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상을 받을 때는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쁨은 자제시키고,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으로도 작용한다. 상의 의미가 계속 변한다”고 말했다.

‘힘쎈여자 강남순’는 ‘힘쎈여자 도봉순’의 세계관을 이은 작품이다. 강남순은 도봉순과 6촌격이다. 한국의 마블로 계속 제작될 수 있다. 이유미는 “또 제의를 받는다면 영광이다”고 했다.

이유미는 요즘 불행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넷플릭스 ‘Mr. 플랑크톤’을 촬영중이다. 그는 “올해는 열심히 일하고 성장하는 한 해였다. 내년에도 나태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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