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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라도 사라” vs “눈치주지 마”…경찰 내부 ‘육아시간’ 갈등
5살 이하 자녀 둔 경찰, 최대 2시간 육아시간 보장
“육아시간 자주 쓰니 ‘조직에서 나가라’” 한숨 쉬어
“권리를 누렸으면 팀원들에게 고마워해야” 지적도
경찰 저출산 대책 TF, 육아시간 사용 의무화 추진
경찰 내부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부모에게 단축근무를 부여하는 ‘육아시간’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경찰 내부에서 ‘육아 시간’ 제도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경찰은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육아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을 추진중인데, 근무자와 육아자 사이의 갈등이 크다. 가뜩이나 업무 과중이 일상인 상황에서 ‘팀원을 생각하라’라는 의견과 육아자의 경우 ‘정당한 권리’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경찰청은 현재 육아시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 상당수는 출산 이후 육아시간 보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근무시간에서 육아시간을 빼서 확보하게 되면 남은 근무자들의 업무 과중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육아로 자리를 비울 경우 다른 직원이 업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인데, 이 때문에 육아기 시간을 사용할 경우 부서장이나 동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육아시간’ 제도란 5살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이 24개월 범위 안에서 하루 최대 2시간을 육아에 쓸 수 있도록 것을 말한다. 육아시간은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명시돼 있다. 인력 운영 상황, 대국민 서비스 제공과 공무수행 필요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승인된다. 과거엔 유명무실했으나 최근들어 경찰 내에서도 육아시간제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었다.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찰 A씨는 “예전에는 팀원이 육아시간을 쓰면 ‘내 일이 늘어나는데 어쩌지’ 했는데, 아이를 키워보니 2시간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더라”라며 “언젠가 부모가 될 수 있는데 나라에서 보장한 제도는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4살 아이를 키우는 경찰 B씨도 “육아시간을 제한하면 징계사항인데도, 일부 부서장들은 육아시간을 제한하더라”라며 “육아시간을 너무 자주 사용한다면서 ‘이럴거면 나가라’라는 말을 듣는 일도 부지기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를 돌보고 있는 남성. [123RF]

다만 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육아시간을 오·남용하는 사례도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심관서급 소속 한 경찰은 “육아시간을 사용한다 해놓고 다른 업무를 보는 팀원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라며 “최소한 업무가 과중한 시간에는 눈치를 봐서 육아시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육아시간 사용하는 것은 좋은데, 권리를 누렸으면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커피라도 샀으면 한다”라며 “안그래도 인력 개편으로 사람도 없는데 본인들만 생각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경찰들은 조직 개편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경찰은 이상동기범죄에 대응하겠다며 예방 중심 경찰 활동으로 전환한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를 중심으로 둔 조직 개편을 단행 했는데, 이로 인해 현장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아이를 키우는 경찰들이 ‘육아 시간’을 눈치 안보고 쓸 수 있게 하려면, 인원 보충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소해야만 가능하다는 취지다.

경찰은 현재 ‘육아시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변 눈치보지 않고 육아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육아시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기간과 횟수 등을 정해 대상자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자유로운 육아시간 사용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4월 내부에 저출산 대책 TF를 마련한 뒤 저출생·고령화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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