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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술핵 재배치’ 선언한 러시아…고조되는 한반도 핵·미사일 위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극동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 위치한 헬리콥터 제조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블라이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전진 배치하겠다고 선언하며 신(新)냉전구도에 핵·미사일 위협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서구 진영에 대응에 나선 가운데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과시하며 잇달아 미사일 도발을 단행하는 상황은 유럽뿐만 아니라 동북아 군사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가 앞으로도 확대되는 추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국영TV 러시아24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왔다는 점을 겨냥하며 “러시아도 벨라루스와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배치되는 핵무기 저장 시설을 7월1일까지 건설하겠다며 핵탄두 운반 수단으로 이미 배치해 둔 단거리 미사일 ‘이스칸데르’와 벨라루스 군용기 개조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핵위협을 일삼아온 러시아가 전방위 위협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국외에 배치하는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우리는 군사적, 정치적, 기타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국가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모든 국가와 그들의 연합에 반대한다”고 밝혔던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전술핵 재배치는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중러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해외에 전술핵 재배치하는 것을 굉장히 비판했는데, 이러한 푸틴의 행보는 이율배반적인 행보로도 보인다”며 “하지만 과거 앞으로 전술핵 재배치는 이런 식으로 확대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데다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자 동해 상공에 전략미사일 폭격기 TU-95MS 두 대를 띄우며 무력을 과시했다. 북중러가 서방 국가를 비롯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에 맞서 밀착하는 가운데 동북아 군사 위협이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공론화될 조짐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바이든 행정부는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과 핵 계획 및 작전 메커니즘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1992년 리스본 의정서에 서명하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핵을 포기했던 벨라루스는 2022년 핵무기 배치가 가능하도록 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전 교수는 “위협을 받지 않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전술핵 재배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의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미군의 전술력을 가져오자는 주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외교·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이후 대통령실은 “미국의 핵자산을 공유하고 공동기획 및 실행하는 실질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내달 4월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수준의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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