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말이뛰면 뜨는 장제사를 아시나요?
말의 편자 만들고 발굽에 부착

우리나라 60여명뿐인 이색직업

2년간 무료교육후 자격증 취득

취업난 젊은층에 유망직종 각광




유별난 애완견쯤을 제쳐두면 유일하게 ‘신발’을 신는 동물이 말이다.

말의 신발 격인 편자는 단순한 미적 액세서리가 아니다. 경주로를 질주하는 말이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장치다. 단순한 보호구를 넘어 말의 건강과 경주 성적과 직결된다. ‘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NO hoof, no horse!)’는 서양 속담까지 있다.

말의 편자를 만들고 발굽에 부착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장제사(裝蹄師)다. 향후 정부의 말산업 육성으로 그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유망 직종인 셈이다. 올 들어 한국마사회가 실시한 장제 보조 교육생 모집은 경쟁률이 10대 1에 달했다. 단 2명을 뽑는데 20~30대 지원자 20여명이 몰렸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직종임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교육 과정에 입학하면 교육비 전액을 무료로 지원받는다. 향후 2년간 KRA 임시 직원 신분으로 안정적인 장제 교육을 받게 되며 수료 후에는 자격시험을 거쳐 개업 장제사로 일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장제가 필요한 말은 1만2000여마리를 헤아린다. 말산업 육성법 공포에 따른 승마산업 성장으로 장제시장은 최소 10배 이상 확대될 것이란 게 KRA 측 얘기다. 특히, 말산업 육성법에는 장제사를 국가 자격증으로 규정하고 있어 앞으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편자는 말의 건강이나 경주 성적과 직결된다. 사진은 편자에 대한 장제사 교육 현장.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마들의 생명과도 같은 귀한 발에 편자를 박는 윤신상(28), 장원(26) 씨는 올해 최연소 KRA 공인장제사다. 장제사라는 직업은 그 특수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 60여명밖에 없는 희귀 직업이다. KRA가 공인하는 장제사는 36명뿐이고 나머지는 일반 승마장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다.

서울경마공원 승마훈련원에 위치한 장제실. 두 사람은 뜨거운 화덕 앞에서 쉴 새 없이 매질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두들기고 다지고, 벌겋게 달궈진 편자들은 두 사람의 손기술에 의해 경주마의 발에 맞게 맞춰진다. 윤신상 씨는 대학에서 토목학을 졸업하고 승마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말이 좋아 이 일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장제사는 고가의 경주마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기술과 노련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마리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서울경마공원의 경주마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 마주들 덕분에 특별한 다리관리를 받는다. 발굽은 사람 손톱과 같은 알칼리성의 젤라틴 성분이기 때문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분뇨에 오염돼 발굽 각질이 부식되거나 썩는 병에 걸려 경주 성적에 큰 영향을 준다. 특급 장제사에게 경주마의 능력 향상을 위해 장제 의뢰가 끊이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승마용 말에는 쇠편자가 사용되지만, 스피드를 우선시해야 하는 경주마는 알루미늄, 두랄루민 합금 등 가볍고 편한 재질의 편자를 사용한다. 한 달에 한 번 4개의 편자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9만원 선이다. 어린 경주마는 뼈가 연해 무리한 운동, 나쁜 자세, 기승자의 잘못된 훈련 등으로 발굽 기형이 오거나 발굽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데 이때 특수편자를 이용해 치료하는 일도 장제사의 몫이다.

윤신상 장제사는 “진정한 장제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좋아하고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