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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거마대학생이 강남대학생으로…변종 극성
갈수록 지능화하는 다단계
② 오프라인서 온라인으로
“카톡·페이스북 친구 하자”
SNS 등 악용 손쉽게 접근

③ 물건판매 대신 취업으로
월 180만원 알바유혹 속아
대출금 1200만원 날리기도
다세대 지하방 합숙 벗어나
방배·역삼동 등 활동폭 넓혀



지난해 10월, 군 제대 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던 김종혁(23ㆍ가명)씨. 그는 구인사이트를 검색하다 “월 180만원을 보장한다”는 한 부동산투자회사의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발견했다. 다음 날 역삼동의 한 사무실을 찾은 김 씨는 10여분 만에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사장 A씨는 김 씨에게 부동산 투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일할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며 거드름도 피웠다. 김 씨는 대출서류를 건넸고 학자금 명목으로 받은 대출금 1200만원은 고스란히 A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거짓 취업이었다. 며칠 뒤 김 씨는 출근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상환해 준다는 돈도 수개월째 깜깜무소식이었다. 김 씨는 “부모님께 말도 못하고 매달 30만원씩 이자 갚는 데 허덕이고 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며 하소연했다.

‘거마대학생’(거여ㆍ마천동 일대 합숙형 다단계)으로 대표되는 대학생 대상 다단계 사기가 모습을 바꿔 확산되고 있다.  과거 합숙ㆍ물건판매 형식에서  비합숙ㆍ취업알선 형태로 방식을 바꿔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활동지역도 교대ㆍ역삼ㆍ방배 등 강남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접근방식도 ‘대면’ 방식에서 벗어나 쉽게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발을 넓히고 있다.

권은희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최근 강남지역 일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변종 다단계가 늘고 있다”며 “관할지역 내 다단계 사기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현재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교대ㆍ강남ㆍ역삼역 일대를 불법 다단계 업체들의 주거지로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취업을 빙자한다는 점 외에도 유인방식 또한 이전과는 다르다. 기존에는 피해자들에게 물건 구입을 위한 자금을 대출받게 했다. 최근에는 부동산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 대한 사업투자를 내세워 대출을 유도한다. 최근 고액 등록금이 이슈가 되면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유명인을 내세워 대학생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다단계 피해 대학생인 박정석(가명)씨는 “ ‘자신이 전직 유명 축구선수’라며 ‘인터넷에 검색해도 이름이 나온다’며 투자를 권유받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에는 SNS가 다단계 사기에 악용되기도 한다. 네이버 카페인 ‘안티피라미드 온라인 연대’에는 “인터넷 사이트에 카톡(카카오톡) 친구 구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바로 누군가 연락이 왔다. 다단계였다” “페이스북으로 친구맺기 요청이 들어와서 승인했는데 알고 보니 다단계업자였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이들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 미등록 다단계 업체의 경우 불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상당수 다단계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처벌을 위해서는 수익을 나누는 조직원이 3단계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부인하기 때문에 입증하기란 쉽지가 않다.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거마대학생의 경우 ‘합숙강요’란 명확한 증거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여론 반응으로 혐의 입증이 쉬웠다. 하지만 최근엔 비합숙 형태가 많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히 힘들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3단계 이하 다단계업체도 처벌이 가능한 ‘개정 방문판매법’이 오는 8월 18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다단계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상범 기자>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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