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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종덕> 왜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얘기하는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22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액션대작 ‘명량’의 기세가 올여름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역대 최다 관객 동원 신기록을 수립한 ‘명량’의 흥행 돌풍은 영화계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명량’ 개봉 이후 한 달 사이, 이순신 장군 관련 서적은 매출이 배로 뛰었고, 그를 모티브로 한 금융 상품은 출시 하루 만에 완판이라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또한 이순신 장군의 유적이 있는 지역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각계각층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정도면 영화 ‘명량’은 흥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이라 볼만하다. ‘명량’이 보여준 이순신 장군의 리더로서의 고뇌와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그의 묵직한 울림은 리더십이 부재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통렬하게 다가왔을 것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속해있는 충무아트홀이 위치한 중구는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깊다. 이 지역인 중구 인현동에서 태어난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하여 그의 시호를 따 이름을 붙인 곳이 바로 ‘충무아트홀’이며,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열린 ‘충무로’거리다.

또한 지난 7월부터 충무아트홀에서는 40년 가까이 이순신 장군만을 연구한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강사로 나서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리더십에 대해 배우는 ‘이순신 지도자 양성 최고위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영화 ‘명량’과 충무아트홀 아카데미 ‘이순신 지도자 양성 최고위 과정’을 보고 들으며 필자가 느낀 것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통합의 리더십’과 ‘책임감’이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으로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물리쳐야 하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아무도 먼저 나서지 않는 전장에서 홀로 현장을 지휘하고, 소통하며 자신이 피해야할 순간일수록 정면승부라는 정공법으로 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이 그곳에 있다.

영화 ‘명량’의 흥행 돌풍 뒤에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들과 인재(人災)가 있고,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조리와 현시대 가치의 실종, 책임의 전가 등 한국 사회의 병폐가 있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한국의 현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살기 힘들다고 외치고,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오늘, 왜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한다. 이념, 계층을 떠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통합의 리더십과 위기의 순간에 피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리더의 모습을 우리는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영화 ‘명량’에는 임금(선조)의 미움을 받고, 동료와 부하들의 불신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충(忠)의 진정성을 지니고 수많은 전장에 나선 충무공(忠武公)이 있다. 현시대 우리들의 결핍이 녹아든 대상이자 가장 필요한 리더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가진 리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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