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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조국과 “I’m Your Fathe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특히나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뜨겁다. 여론조사의 고꾸라진 수치들은 청년들의 상실감이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조 후보자의 모교서울대와, 후보자의 딸이 다니던 고려대에선 다시 촛불이 밝혀졌다. ‘그도 다를 것이 없다’는 청년들의 실망감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이른바 86세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흐르고 있다.

86세대는 대한민국이 독재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세대다. 하지만 민주화 투쟁 후 우리 사회의 주력 세대로 올라선 후 그들이 속한 조직과 무리의 관리자로써 ‘생활의 민주화’ ‘조직의 민주화’‘관계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는 소홀했고 또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 정의와 민주, 평등을 항상 입에 달고 살면서도, 조직에서는 권위주의적 인간관계를 탈피하지 못했다. 창의와 다양성보다는 헌신과 일사불란함을 강요했다.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나 이견은,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86세대 특유의 ‘투쟁 프레임’으로 돌파했다.

반면 집에서의 86세대는 자유롭고 탈 권위적인 부모였다. 가부장적이고 고압적이던 전후세대와는 달리 아이들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키웠다. 부도덕과 부정이 만연한 세상의 논리에 쉽게 순응하지 말라고 가르쳤고,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인 존재로 아이들을 키웠다.

바로 그 점에 간극이 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86세대의 자식들이다. 표준화된 세상, 정의로운 세상,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을 열망하는 이들세대의 목소리는 그 어떤 세대보다 강렬하다. 부모들에게 ‘내가 나답게 살수 있는 세상을 꿈꾸라’고 배우며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그들이 사회에서 마주친 것은 아버지 세대가 곳곳에 쌓아놓은 권위주의 시대의 ‘숨막히는 장벽’이다. 정치판, 기업, 학계, 관계, 문화계, 노동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청년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조 후보자의 논란은 특히 청년들에게 충격으로 다가 갈 수 밖에 없다. 청년세대에게 ‘누구보다도 우리편일 것 같은 멋진 아버지 상’이었던 조후보자가 알고 보면 별다를 것 없는 기득권 세대 였다는 점에 청년들은 분노하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로부터 “내가 니 애비다”다 라는 고백을 들은 ‘루크’가 고뇌하는 것 처럼 청년들은 ‘더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국 후보자 논란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어쩌면 우리가 몰아내야할 진짜 ‘적폐’는 우리 아버지 세대일지도”라고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지 모른다.

어느정도 징조도 보이기 시작한다. 서점가에선 86세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적폐 청산’ 과정에서 큰 몫을 했던 팟캐스트에선 최근들어 “그만큼 해먹었음 이제 좀 물러나라”는 육두문자 섞인 걸쭉한 비판도 많이 나온다.

조국 논란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특히 86세대들은 정신바짝 차려야 한다. 당신들이 키워낸, 누구보다도 투쟁적인 세대의 투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지 모른다.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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