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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수단으로 변신하는 호텔…“오피스텔보다 싸네” [부동산360]
을지로 U5, 명동 로얄, 강남 아르누보 등
중장기 투숙객 유치경쟁…“주거대안으로”
“보증금, 관리비 필요없어 경제적”
객실청소 등 각종 서비스에 공유주방 제공도

호텔이 새로운 주거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U5호텔.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부산이 고향인 직장인 C(32)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 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사무실로 발령이 나 급하게 거주할 곳을 찾다가 선택한 곳이다. 괜찮은 오피스텔을 찾기 전 한 달만 머문다는 게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는 “정말 캐리어 하나만 들고 급히 올라왔는데 살다 보니 참 편하다”며 “보증금이 없고, 임대료도 오피스텔 수준으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당분간 더 머무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이 중단기 주택 수요자들을 위한 주거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 을지로5가 호텔 ‘U5’, 용산의 ‘드래곤시티’, 명동 ‘디어스’, 홍대 ‘아만티’, 강남 ‘아르누보’ 등은 호텔 객실을 주거용으로 임대하고 있다. 개인 사정에 따라 짧게는 한 달에서 1년 이상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호텔들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인 숙박비 외에 다른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전기료 등 관리비나 보증금이 필요한 비슷한 입지의 도심 주거용 오피스텔에 비해 거주비용이 오히려 저렴하다는 것이다.

을지로 U5호텔은 전체 297개 객실 중 147실에 이런 중장기 투숙객이 들어와 거주하고 있다. 종각 센터마크는 250객실 중 200실 이상에 장기 투숙객이 지내고 있다. 이사를 하면서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하다든지, 여러 사정으로 한두 달 머물 곳을 찾아 입주했다가 입주기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많다.

U5에서 가장 큰 D타입(전용면적 40.8㎡)에 머무는 주부 B(40)씨 가족은 이사할 집이 공사를 해 두 달 정도 머물 곳이 필요했다. 가족 4명이 묵을 곳을 찾다가 ‘남편의 출퇴근이 편한 시내 역세권’ 등 조건에 맞는 호텔을 선택했다. B씨는 “요즘 호텔은 일반호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용주방’ ‘세탁실’ 같은 시설도 있어 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침대보를 교체하고 청소를 해주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방학을 이용해 서울의 학원에 다니기 위해 호텔에 머무는 학생도 있다. 대전에 살고 있는 대학생 K(23)씨는 방학기간에 종로의 어학원에 풀타임으로 다니면서 호텔에 머물고 있다. 그는 “고시원, 고시텔을 알아보다가 U5를 알게 됐다”며 “호텔에 장기로 거주하려면 비용이 많이 필요할 것이란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예상만큼 비싸지 않고, 시설이 정말 깨끗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장기형 호텔숙박 관리기업인 스테이앤리브에 따르면 장기 임대 형식의 호텔이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당장 이 업체가 관리하는 곳만 명동 ‘로얄’과 ‘솔라리아’, 종각 ‘센터마크’, 을지로3가 ‘스타즈’, 을지로4가 ‘트레블로지’, 을지로 5가 ‘U5’, 서대문 ‘바비엥’, 인사동 ‘쿠레타케소’, 홍대 ‘아만티’, 강남 ‘아르누보’, 독산 ‘스타즈’, 부산 ‘센텀’ 등 10곳이 넘는다.

스테이앤리브 이정준 이사는 “외국인 손님이 많았던 도심 3성, 4성급 호텔 가운데 장기형 호텔숙박업으로 변신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엔 5성급 호텔에서도 장기숙박관리를 요청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4성, 5성급 호텔 장기 숙박 플랫폼인 ‘호텔에삶’에 따르면 ‘서울드래곤시티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영등포’ 등 장기 숙박상품을 내놓는 곳이 늘고 있다.

이 장기숙박 관리기업들에 따르면 호텔 기본 객실 규모인 20㎡ 내외 크기 도심 오피스텔에 머물기 위해선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80만~90만원, 10만원 수준의 일반관리비, 피트니스이용료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오피스텔을 얻으려면 중개수수료도 필요하다. 하지만 호텔은 월 100만원 정도 숙박비만 내면 각종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등 추가 비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4성급 이상이면 월 숙박비가 150만~200만원으로 올라가긴 하지만 거주기간이 길어지면 할인율이 높아지고, 조식, 전용라운지, 룸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혜택도 많아 경제적이라는 게 거주자들의 설명이다.

이 이사는 “일반적으로 단순 월세만 비교하면 호텔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쾌적함, 편리함, 각종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오피스텔보다 오히려 경제적이고 편한 곳이 호텔 주거상품”이라며 “집을 사서 시세 상승 기대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거 수단의 대안으로 호텔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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