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왼쪽 세 번째) LG 대표가 경기도 평택시 LG 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했다. [㈜LG 제공]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LG그룹이 배터리,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차세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오는 2026년까지 국내에만 106조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해마다 1만명씩 5년간 5만명을 직접 채용해 고용창출에도 나서기로 했다.

▶미래 성장 강화, 106조원 투입…R&D 핵심 기지 육성=LG는 오는 30일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를 시작으로 한 달간 ‘전략보고회’를 실시한다며 이에 앞서 계열사로부터 향후 5년 투자계획 및 채용계획을 집계하고 106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투자금은 연구·개발(R&D),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에 쓰인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조원을 R&D에 쓰기로 했다.

또한 전체 투자금의 40%에 이르는 43조원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데이터,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이 분야 투자 43조원 중 절반인 21조원은 R&D에 배정됐다. LG는 미래 성장 분야에 선제적으로 10년 이상 장기 투자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시회 관계자들이 파우치형 배터리인 롱셀 배터리(왼쪽)와 원통형 배터리(오른쪽)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 제공]

분야별로 보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분야는 10조원이 투자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공장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원통형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한다.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배터리 리사이클 등 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 배터리 서비스(BaaS) 플랫폼사업 등 신규 사업 추진 등에도 나선다.

LG화학은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경북 구미에 양극재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을 물색해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설립 등도 검토한다.

LG그룹의 AI 싱크탱크 LG AI연구원. [㈜LG 제공]

LG는 AI·빅데이터기술 확보를 위해 R&D에만 3조6000억원을 쏟아붓는다. 2020년 설립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 및 관련 R&D에 집중하고 다른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AI 분야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에선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중심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LG화학은 세포치료제 등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도 확대해나간다. M&A, JV 등도 적극 검토 중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신재생에너지 산업소재 등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에는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친환경 플라스틱시장 투자를 강화하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역량 강화 등 신규 사업 기회도 발굴한다.

기존 주력 사업인 스마트가전, TV, 화학, 정보기술(IT)·통신 등도 지속 투자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선도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의 미래 전략, ‘전략보고회’서 투자 구체화=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그룹 전략보고회는 구광모 회장과 계열사 경영진이 사업·기술·고객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그룹 차원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다. 3년마다 한 번씩 주요 계열사 및 사업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하고 미래 준비를 점검한다.

이번 대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 역시 전략보고회에서 심도 있게 점검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계획에서 주목할 부분은 한국을 LG그룹의 최첨단 고부가제품 생산기지 및 R&D 핵심 기지화한다는 점이다. LG는 글로벌 공급망 대응 등을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릴지라도 총 투자액의 상당 비중을 국내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국내 투자를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룹 경영진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란 예상이다. 구 회장 역시 전략보고회에서 마련된 전략을 경영진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중장기 투자와 채용도 계획대로 실행하도록 강하게 독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5만명 채용, 스마트공장 확대 등 산업생태계 강화=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 주력 사업을 고도화하고 AI,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해마다 1만명, 5년간 5만명을 채용키로 했다.

특히 3년간(3만명) 전체 채용인원의 10%에 해당하는 3000명을 AI,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친환경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첨단 산업 R&D 분야에 집중 채용, 투입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대학 및 관련 기관과 협업해 채용계약학과, 산학장학생, 인턴십 등 산·학 연계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생태계도 구축하고 우수 고졸 인재들에 대한 채용 기회도 확대한다.

국내 협력사에 대한 스마트공장 확대, 신기술 개발, 해외 시장 진출 협력방안을 마련하고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에도 나선다.

LG전자, LG이노텍 등은 협력사가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관리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며 중소 협력사 SW 무상교육, 채용장려금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 및 디스플레이 분야는 협력사와 신기술 개발 단계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R&D 고도화도 지원한다.

펀드, 대출 등 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1조2000억원 규모로 운용해 협력사 자금 확보를 돕고 있으며 관련 상생 프로그램도 확대할 방침이다.

LG 관계자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고객가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소임을 적극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