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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ICT가 연결하는 철도시대

현대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연결의 혁신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메타버스까지 빠른 연결이 삶의 변화를 이끈다. 연결을 대표하는 매개체 중 하나는 운송 수단이다. 19세기 초 기차가 등장했을 때 편리함이나 안전성보다 사람들은 빠른 속도에 놀랐다. 운송혁명에 대한 경이로움에 공포를 담았을 정도다. 1825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차가 운행될 때는 기차를 이어주는 역할을 사람이 직접 했다. 터널, 교량 등 지정된 장소에 사람이 서 있다가 열차가 접근하면 기관사에게 손으로 진행 혹은 정지 신호를 보냈다. 혹시라도 열차끼리 부딪칠까 봐 온몸으로 정지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도시와 도시를 더 신속하게 연결하기 위해 당시의 혁신기술이었던 전신과 전화를 철도에 빠르게 도입했다.

국내는 1900년 경인선에 통신 선로가 부설됐고, 1966년부터 도입된 무선설비는 역무원, 기관사, 관제사 등을 항상 연결해 열차운행의 안전과 운전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1세대 아날로그 무선통신을 2004년 고속철도 개통까지 40여년 넘게 사용했다.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고속철도 KTX가 우리 생활에 교통혁명을 일으키면서 철도가 드디어 IT강국, 통신강국이라는 명성을 함께하게 된다. KTX는 전용 고속선과 일반철도 구간을 동시에 운행했기 때문에 기존 무선통신설비를 계속 사용해 사용자 불편, 유지관리비용 증가 등이 지속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세대 무선통신 LTE를 기반으로 개발된 기술이 철도통합무선통신망 LTE-R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LTE-R는 2018년 부산 도시철도를 시작으로 서울 도시철도, 공항철도 등에 도입 중이며, 2025년까지 고속철도를 비롯해 일반철도, 광역철도 등 국가철도망 약 4700km에 구축될 예정이다. 또한 LTE-R를 이용해 무인운전을 지원하는 한국형 도시철도용 열차 제어 시스템이 이달 개통하는 신림경전철에 최초로 상용화됐다. LTE-R 기술개발은 해외에서도 많은 노력을 쏟지만 실제 운행 노선에 한국이 처음 적용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 철도통신시장의 트렌드를 한국이 선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철도의 연결기술은 새 변환점에 이르렀다. 최근 철도선진국은 AI,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철도 연구개발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 우리도 첨단기술을 개발 중이다. 열차와 열차가 직접 통신을 주고받으면서 충돌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하거나 멈추고 운행 중인 열차가 분리되거나 결합하는, 일명 열차자율주행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안전체인기술,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한 철도시설과 차량의 스마트유지관리, 디지털 트윈을 통한 철도 시스템의 설계 최적화, 5G 특화망 기반 철도실증기술 등 디지털 전환으로 미래철도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연결이 잘될 때 급속히 이뤄진다. 철도교통도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과제는 항공기보다 빠른 미래 교통수단인 하이퍼튜브 열차를 시속 1200km에서 안전하게 제어하는 새로운 기술개발이다. 정보통신기술이 철도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글로벌 철도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새로운 연결의 시대를 기대해 본다.

한석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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