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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선거로 나무 21만그루가 사라졌다, 서울식물원 크기다[지구, 뭐래?]
선거는 끝났지만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2002년 3회 지방선거에 이어 역대 두번째(50.9%)로 낮은 투표율. 그만큼 유권자 관심이 줄어든 선거였다. 그래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게 있다. 선거가 끝나면 등장하는 것들. 바로 선거 폐기물이다. 유권자의 줄어든 관심과 무관하게 이번 지방선거 역시 어느 선거 못지않은 선거 폐기물이 쏟아졌다. 공보물, 현수막, 투표용지, 벽보…. 시대는 급변하는데 선거 문화는 수십년째 그대로다. 언제까지 논란은 반복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쓰인 현수막은 총 12만8000여장. 10m 길이의 현수막을 한 줄로 이어보면 1281km에 이른다. 현수막을 모두 펼쳐놓으면 면적은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21배. 무게도 192t에 달한다.

이 현수막은 선거운동용 현수막만 포함된 수치다. 후보자나 정당선거 사무소 외벽에 걸리는 현수막이나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등은 제외됐다. 사실상 모든 후보들이 사무소 외벽에 홍보 현수막을 쓴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선거 후 버려지는 현수막은 추정치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일각에선 현수막을 재활용하면 된다는 식의 대안을 제시한다. 물론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폐기물 양에 비해 재활용되는 건 너무 미비하다는 점.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국회의원선거,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줄곧 20~30% 수준에 그쳤다. 재활용하는 건 단순 작업을 거쳐 장바구니나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하기엔 상품성이 너무 떨어지니 대부분 친환경을 홍보하려는 목적 정도로 제작·유통된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서울 합정역 사거리에 선거 후보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이 곳에 걸린 현수막만 총 12개다.[김상수 기자]

장바구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리 없으니 당연히 재활용품 수요가 공급을 감당할 리 없다. 결국, 대부분 현수막은 선거 후 쓰레기로 폐기 처리된다. 사실상 선거운동을 위한 단 2주짜리 일회용 쓰레기다. 그렇게 이번 지방선거에도 월드컵경기장 21배에 달하는 현수막 폐기물이 쏟아졌다.

여의도 면적 10배·에베레스트산 3.3배

이번 선거의 선거 공보 수량은 약 5억8000만부. 모두 모으면 29㎢로, 여의도 면적 10배 크기다. 선거공보를 한 줄로 이으면 15만6460km. 공보물을 따라 걸으면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다. 지구 3바퀴에 이르는 공보물들은 과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몇 명의 유권자에게 유의미한 정보 제공을 했을까? 과연 공보물을 뜯어보긴 했을까? 그대로 쓰레기통을 향하는 공보물은 얼마나 될까? 꼭 필요한 유권자에게만 배포할 순 없을까? 거리 곳곳에 비치해 원하는 이들만 가져갈 순 없을까? 이런 고민은 누가 하고 있을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연합]

1인당 7장을 받았던 이번 지방선거에선 약 3억장의 투표용지가 쓰였다. 이를 전부 쌓으면(100장 기준 1cm) 에베레스트산 3.3배에 달하는 높이가 된다. 한 줄로 이으면 5만4000km로 지구 한 바퀴보다 길다. 선거벽보는 약 79만부. 잠실 야구장의 6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30년산 나무 21만여그루…서울 식물원 1.4배 크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사라진 나무는 얼마나 될까?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선거벽보, 선거공보물 등으로 쓰인 종이량은 총 1만2853t. 종이 1t을 생산할 때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30년산 나무 21만여 그루가 쓰였다. 21만여 그루로 조성된 숲은 서울식물원의 1.4배 크기다. 다시 말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서울식물원 하나를 없앴다고 보면 된다.

[123rf]

모든 쟁점이 그렇듯, 환경 분야 역시 선택의 문제다. 비용이든 불편함이든 희생이 불가피하다.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 선거 폐기물도 여전히 누군가에는 분명 필요하다. 다만, 그 ‘누군가’는 빠르게 줄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선거 정보의 90%를 TV나 인터넷으로 얻는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구 보고서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다. 그냥 우리의 일상 속 체감으로도 충분하다. 시대는 급변했고 정보 획득의 창구도 급변했다. 여기까지가 ‘펙트’다.

다시, 이젠 선택의 문제다. 코팅된 종이 공보물은 재활용도 불가능하고, 폐현수막은 일부 마대나 에코백 등으로 재활용될 뿐 상당수 소각 처리된다. 사실상 2주짜리 일회용 폐기물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선거 문화는 수십년째 그대로다. 이번 지방선거도 여전했다. 2년 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그땐 과연 바뀔까?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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