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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겉은 민주당인데 속은 국힘’(?)…野 ‘수박’ 논쟁, 진짜 어원은[정치쫌!]
껍데기는 파랗고 속살은 빨간 수박…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反개혁성향' 낙인찍는 멸칭으로 사용
"겉은 온건, 속은 진보가 원뜻" 반론도
수박 [사진=123RF]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이른바 '수박 논쟁'이 여전하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 엄포를 놓은 이후에도, 일부 강성 당원들은 당원게시판 등에서 '수박'이란 멸칭을 서슴지 않고 쓰고 있다.

최근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을 맡은 4선 중진 안규백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수박을 선물로 돌린 데 대해 일각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체 '수박'이 무슨 의미이기에, 민주당 내 갈등을 상징하는 용어가 된 것일까.

'수박'은 민주당 강성개혁 성향 지지층들 사이에서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를 뜻하는 멸칭이다. 수박 껍데기처럼 겉모습은 '파란색(민주당 상징색)'인데, 속은 '빨간색(국민의힘 상징색)'이란 의미다. 즉, 민주당 소속이지만, 생각이나 가치관이 국민의힘 성향의 배신자라는 것.

이를테면 민주당 정치인이 '검수완박'에 우려 뜻을 나타내거나,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거나, 강성 지지층의 행태에 쓴소리를 내면 '반(反)개혁' 성향의 '수박'이 되는 식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캡처

이재명 의원이 지난해 대선 경선을 치를 당시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그를 돕는 인사들을 '수박'으로 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의 '수박' 용어 사용 금지령에도 19일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수박'이라는 표현이 계속 쓰여지고 있다. "(민주당) 집단지도체제는 수박을 위한 제도다", "운동권은 수박이 되었다", "대선을 수박들이 망쳤다" 등이다. 이 의원의 온라인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에서도 수박이란 표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캡처

당내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이재명 의원이 지난 9일 직접 나서 페이스북에 "(입장이 다른 정치인·지지층에)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며 자제 요청을 했지만 '수박' 이란 멸칭 사용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양문석 전 고성·통영 지역위원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허~참~수박을 수박이라고 말하지 못하면, 수박을 호박이라고 할까"라며 우 위원장의 '수박 금지령'에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친명'으로 꼽히는 현근택 전 선거대책위 대변인이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수박'의 비유적 뜻의 어원이 지금과는 달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86운동권 그룹' 출신이자 당권주자로 꼽히는 4선 이인영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수박' 용어에 대해 "과거에는 겉은 온건한데 속은 진보주의라는 상징적 표현이었다"며 "지금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지칭한다는데 왜 이렇게 다른 맥락으로 사용되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중도가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적 중도는 의미가 크다. 수박이라 구박하거나 주눅들게 하지 말자"며 "진보만 획일적으로 나서는 것도 민주당의 외연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은 "수박은 원래 겉으로 티 나지 않는 진보 인사를 '너 사실 빨갱이(수박)이지?'라고 비하할 때 쓰던 표현인데 지금은 사실상 반대의 뜻으로 쓰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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