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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생임대인 되려 ‘2년 안에 이사 못감’ 특약까지…계산기 두드리는 집주인들 [부동산360]
정부, 2024년까지 상생임대인 제도 확대 시행
임대료 인상 최소화에 전월세 유통 물량 확보
집주인들, 상생임대인 혜택 두고 손익 계산 나서
서울 강남구에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오는 9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 김 모씨는 집주인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조건으로 동일 금액에 재계약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상생임대인 혜택 확대를 발표한 이후 집주인은 조건을 하나 걸었다. 무조건 2년 거주를 채우겠다는 특약을 넣어 계약서를 새로 쓰자는 것이다. 집주인이 상생임대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 김씨가 임대차 재계약 기간 2년을 채워야 해서다. 김씨는 “아직 이사 계획이 없지만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라 거주 조건을 명시한다는 게 다소 부담스럽다”고 했다.

정부가 오는 2024년까지 전셋값을 5% 이내로 인상하는 임대인, 즉 상생임대인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집주인들이 손익 계산에 나서는 모양새다. 임대료를 시세대로 올릴지 또는 상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누릴지, 상황상 상생임대인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상생임대인 제도를 2024년까지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한 상생임대인에게는 조정대상지역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주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위한 2년 거주 요건도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거주 요건을 채우려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상황을 막고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차원이다.

일단 2020년 7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된 이후 이미 계약을 갱신했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신규 세입자와의 계약을 앞둔 집주인은 상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향후 매도를 계획하고 있는 경우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는 게 유리하겠지만 2년간 대폭 오른 전세가격을 반영해 계약할 땐 임대수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새로 체결한 임대차 계약 기간 2년이 만료된 이후 매도가 이뤄져야 하고 이때 1주택 지위여야 한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보는 이들도 상당하다. 실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인의 경우 상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유인책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상생 임대주택 가격 제한이 없어지면서 임대료 수익보다 비과세 혜택이 큰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는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입자가 아직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해야 하는 만큼 집주인은 자동으로 상생임대인의 기본 요건을 갖추게 된다. 다만 의무 임대 기간 2년을 꼭 채워야 한다는 점은 변수다. 어떤 이유로든 세입자가 2년을 모두 살지 않고 나갈 경우 상생임대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얘기다. ‘무조건 2년 거주’와 같은 특약사항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한 이들의 셈법은 특히 복잡하다. 직전 계약과 당해 상생 계약의 임대인이 동일한 경우에만 상생임대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택 매수 과정에서 승계받은 전세계약은 직전 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갭투자를 한 임대인은 직접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고 이를 최소 1년 6개월 이상 유지한 뒤 두 번째 임대차 계약을 5%룰을 지켜 체결해야 상생임대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상생임대인 제도가 끝나는 2024년 12월 31일 전 상생 임대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한 시간표를 짜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는 분위기다.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직접 거주 중이거나 거주를 준비하며 집을 비워뒀던 이들의 경우 새로 세입자를 들여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존 세입자를 내쫓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여놓은 꼴이 돼 법적인 문제가 없을지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임대차법을 단기간 내 손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실거주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전월세 유통 물량을 확대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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