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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권 폐지'에 美스포츠계도 반발
NBA·WNBA "여성 자유 보호받아야"

낙태 옹호론자가 미국 LA 퍼싱 스퀘어 공원에서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연합=UPI]

[헤럴드경제]49년 만에 여성의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폐지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미국 스포츠계가 들끓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6개월 이전까지는 낙태를 합법화했던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낙태권 존폐 결정은 각 주 정부와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다.

판결이 나온 직후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정면 반박했다.

NBA·WNBA는 "두 단체는 여성이 자신의 건강과 미래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여성의 자유가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는 곳과 관계없이 산하 모든 직원이 임신·출산과 관련된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BA의 간판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도 낙태 옹호론자 데레카 퍼넬의 트윗을 포함해 이 판결에 대한 비판과 흑인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는 게시물을 트위터로 공유 중이다.

WNBA 선수협회도 별도 성명에서 이번 판결을 두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치에서 벗어났다"며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불평등을 키우는 낙태 금지로 나아가게 되는 기만적인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여성보다 총에 더 큰 권리가 주어지는 민주주의 제도 아래 있는가"하고 규탄했다.

최근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는데도 지난 23일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 2조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민간인 개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린 일까지 함께 비판한 것이다.

WNBA에서만 19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설' 수 버드는 트위터에 "처참하다"고 썼다.

수 버드의 소속팀인 시애틀 스톰도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이 처벌 없이 총을 얻을 수 있게 됐는데 여성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자유를 잃었다"고 판결을 규탄했다.

버드와 동성 연인 사이이자 미국 여자축구에서 최고 스타로 평가받는 메건 러피노도 공개 석상에서 격노한 심경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피노는 콜롬비아와 24일 평가전에 하루 앞서 가진 기자회견 중 30분가량을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데 썼다.

그는 "얼마나 슬픈 날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며 "이 판결이 얼마나 잔인한지 도저히 슬픔을 절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판결은 우리 사회에 도사리는 여러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자유를 누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이번에 공격당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원로 테니스 선수이자 여성 권리 신장에 이바지해왔던 빌리 진 킹도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으로서는 정말 슬픈 날"이라며 "이 판결은 낙태를 종식하지 못할 것이다. 판결에 따라 (산모를 위한) 중요한 의료 체계에 안전하고 적법하게 접근할 방법이 사라질 것"이라고 썼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12번이나 우승한 킹은 1973년 남자 선수와 '성 대결'을 벌였고,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창립과 여자 선수들의 상금을 남자 선수와 같게 만드는 일에도 앞장서는 등 여성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미국프로축구(MLS) 시애틀 사운더스의 골키퍼 슈테판 프라이도 트위터에 "총기를 (공공장소에) 숨겨서 가져올 헌법상 권리를 부여한 다음 날에 여성의 기본적 권리를 끝내버리다니 우리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낙태권 인정 여부 주체로 떠오른 전체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미국 구트마허연구소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가 무력화되면 약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으로 집계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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