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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인지 승부사 본능 깨운 스승 박원 “우승축하 대신 은퇴 얘기 한번더 했죠”
전인지 10년 스승 박원 코치 인터뷰
“기술 완성도 높아졌는데 우승 부담에 매너리즘 빠져
…팬·후원사에 예의 아니다 생각해 은퇴 얘기 꺼내”
우승 후 들뜬 제자에 겸손과 집중력 다시 일깨워
“지금이야말로 멋지게 은퇴할 기회다 얘기했죠”
긴 코스 대비해 비밀병기 7번·9번 우드 제안
“주문 제작한 뒤 6주 전부터 그린 공략 맹훈련”
전인지가 27일(한국시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번홀(파4)에서 9번 우드로 세컨드샷을 날리고 있다. [USA투데이]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전) 인지의 눈에 쌍불이 켜져야 하는데 그게 안보이는 거에요.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아졌는데 우승이 쉽게 안오니까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2주 전부터 플레이에 영혼이 없어 보여서 제가 진지하게 얘기했죠. 인지야, 이럴 거면 여기서 은퇴하자.”

화려하게 부활한 전인지(28)의 승부사 본능을 깨워준 한마디는 ‘은퇴’였다. 힘들고 짜증날 때마다 머릿속에서 맴돌긴 했어도 차마 꺼내지 못한 그 말을 10년 스승에게서 듣게 되니 눈물부터 났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전인지의 가슴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고 눈에선 쌍불을 켜게 만들었다. 즐겁고 신나게, 과정에 집중하는 전인지 스타일의 골프가 살아났고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우승 문은 그렇게 활짝 열렸다.

지난 2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3년 8개월 만의 우승이자 생애 세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의 영광 뒤엔 10년 넘게 고락을 함께 한 스승이 박원 코치가 있었다.

박원 코치는 2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아침부터 CNN 등 미국 현지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인지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그랜드슬램 도전 얘기를 하길래 다시 한마디 했다. ‘인지야, 드디어 멋지게 은퇴하기 좋은 기회가 왔다’고”라며 “메이저 3승 했다고 그랜드슬램 얘기를 꺼내길래 책임지지 못할 말을 왜 하느냐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얘기를 하니 인지도 가만히 있더라”고 했다. 오랜만의 우승에 자칫 들뜨고 흐트러질 법한 제자에게 다시 중심을 잡고 겸손함을 찾으라는 의미였다.

박원 코치는 전인지의 스윙과 멘털 등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전인지를 지도했던 박 코치는 골프 기술과 전략 뿐만 아니라 팬과 후원사에 대한 예의와 배려, 삶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덕분에 LPGA 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인지라는 선수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고 지적이며 진정성이 충만한 영혼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전인지를 10년 넘게 지도하고 있는 박원 코치(왼쪽)가 27일 전인지의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후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이번 우승의 비밀병기가 된 7번 우드와 9번 우드를 백에 꽂은 것도 박원 코치였다. 7번 우드는 10년 만에 다시 잡았고, 9번 우드는 아예 처음 써본 클럽이었다. 긴 코스 전장과 울퉁불퉁한 그린에 대비해 3번·4번 하이브리드를 빼고 로프트 20.5도짜리 7번 우드와 23.5도짜리 9번 우드를 백에 넣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전인지는 1,2라운드에서 압도적인 선두로 뛰쳐나가며 “7번과 9번 우드가 마법의 클럽이었다”고 만족해 했다.

박원 코치는 “코스 세팅을 보니 거리도 길고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절반 정도는 그린이 높은 곳에 위치해서 공을 세우기 어렵겠더라. 하루에 1~2개 홀만 그런 데서 차이가 나도 나흘이면 4~8타 차이가 난다”며 “고민 끝에 7번 우드와 9번 우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핑에 의뢰해 받은 뒤 대회 5~6주 전부터 집중 훈련을 했다”고 돌아봤다.

박 코치는 “계속 테스트하면서 로프트도 재조정했고, 또 거리가 너무 많이 나가면 안되니까 샤프트도 더 짧게 잘랐다. 또 바람 불 때와 안불 때도 다 테스트해서 거리를 정확히 묶어 놓고 대회에 나갔다”며 “일반적인 사고로는 우드가 런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데 그건 3번 우드 얘기다. 하이브리드와 똑같은 로프트이더라도 7,9번 우드는 탄도가 높아 그린에서 덜 구른다”고 설명했다.

스승은 손사래를 치지만 전인지의 메이저 본능은 다시 깨어났다. 2015년 US오픈과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그리고 PGA 챔피언을 차례로 제패한 전인지는 8월 AIG 여자오픈과 셰브론 챔피언십 중 하나만 더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쓰게 된다. 전인지는 “메이저 3승으로 나에게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겠다”고 새로운 역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한편 전인지는 28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지난주 33위에서 21계단이나 점프해 12위에 랭크됐다. 전인지는 LPGA 투어 상금랭킹에서도 이민지(337만 달러·호주)에 이어 2위(181만 달러)로 뛰어 올랐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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