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며 사실상 단독 원구성 수순에 들어가고, 국민의힘은 이를 “입법독주 재시작”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국회에서 각각 열린 양당의 원내대책회의서 발언하는 권성동(위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이상섭 기자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로 여야 충돌이 한층 격해지는 양상이다. 의석 과반을 보유한 거대 야당 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 후 국회의장 단독 선출까지 시사하는 등 사실상 원구성 강행 드라이브를 걸자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라며 강력 반발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전용기 의원과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28일 오후 국회 의사과에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임시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만으로 소집이 가능하며, 의장 공석 상태에서도 국회 사무총장이 대신 소집을 공고할 수 있다. 이날 소집요구서는 민주당 당론에 따라 소속 의원 전원인 170인의 요구로 발의될 예정이라고 오 원내대변인은 밝혔다.

전날 민주당은 단독 소집으로 7월1일 임시회를 개의하겠단 방침을 밝히고, 사흘 전 공고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이날 소집 요구서 제출을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요구서 제출에 앞서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 위기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니 국회를 더 이상 공전시키지 말고 7월1일 후반기 국회를 열어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 걱정을 덜자는 국회 정상화 제안에 국민의힘은 ‘채무이행’ ‘빚쟁이’를 운운하며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그 어떤 여당도 보이지 않은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는 새 역사를 쓰는 중으로, 우선순위에서 민생과 협치는 밀려도 한참 밀렸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공항 체크인할 때가 아니고, 국회 체크인이 우선”이라며 이날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해외 출국을 앞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달 말까지는 원구성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7월1일에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는 것이 아니라 7월 국회 정상화 시작을 위해 오늘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이라며 “당일 본회의가 열릴 것이라 예단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에도 민주당의 강경 드라이브는 결국 국회의장 단독 선출 등 원구성 강행 수순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 원내대변인은 ‘의장 단독선출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 저희(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여당에 공을 던지고 상황을 지켜본 뒤 준비된 대응에 나서겠단 언급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에 ‘입법 독주’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한다면 이는 입법 독주 재시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여야 합의 없는 일방적인 본회의 소집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악법 완성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입법 강행 때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이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몫을 여당에 양보하는 조건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헌법재판소 제소 취하 등을 내건 것을 직격한 것이다.

임시회 소집 시한까지 여야 협상에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야당을) 만난다고 하면 ‘쇼’라고 비판하고, 만나지 않고 (필리핀에) 가면 원내대표가 무엇을 했냐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원구성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만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