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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재값 고공행진...조합·시공사, 계산기 다시 두드린다
정비사업 수주관행 일대 변화
“제2의 둔촌주공 사태 막아야”
공사비 갈등 단지 “고급화 포기”
신규 사업장들은 분쟁소지 차단
아예 공사비 높여서 책정하기도
시공사 확정공사비로 해결 모색
공사 중단이 장기화 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모습. [연합]

연일 급등하는 건설 원자재 가격이 정비사업의 수주 관행을 바꾸고 있다. 건설사와 조합 모두 ‘제2의 둔촌주공’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일부 단지는 계획했던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포기하고 있고, 아예 계약 때 공사비를 확정 짓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었던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최근 협상에 성공해 공사비를 일부 증액키로 했다. 기존 공사비는 3.3㎡당 43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를 3.3㎡당 517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애초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528만원을 요구했지만, 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졌고, 조합원에 무상 제공키로 했던 김치냉장고와 전기오븐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가전제품 제공 등을 넘어 아예 설계에 포함됐던 커뮤니티 시설을 축소하는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커뮤니티 설계 일부를 조정해 공사비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3.3㎡당 530만 원에 체결한 공사비 계약을 두고 10%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보다 커뮤니티 시설 축소를 통해 정해진 예산 안에서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분담금이 많게는 수천만원 이상 오를 수 있는 상황인데, 분담금 인상은 되도록이면 낮추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고급 커뮤니티 시설보다는 빠른 입주가 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높아진 공사비 탓에 타협점을 찾고 있는 기존 정비사업 현장과 달리 신규 현장에서는 일찌감치 분쟁 소지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아예 공사비를 확정하거나 높게 책정해 시공사와 조합 간 분쟁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용산구 최대 정비사업장 중 하나인 한남2구역 재개발은 3.3㎡ 당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책정했다. 종로구 사직2구역도 3.3㎡당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성북구 정릉골구역주택재개발 조합은 740만원을 검토 중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 진흥아파트 역시 최근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앞두고 조합원 설명회를 열었는데, 당시 공사비를 660만원으로 책정하자 일부 조합원들이 먼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른 정비사업장보다 공사비를 낮게 책정했다가 추후에 시공사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한 조합원은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를 700만원 이상 책정하고 있는데, 분담금 문제가 있더라도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지 않겠냐는 반응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공사들 역시 확정 공사비를 제시하며 분쟁 소지를 줄여 나가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 단지 수주에 나선 포스코건설은 3.3㎡당 579만원의 확정 공사비를 제시했다. 다른 시공사보다 공사비가 다소 높게 책정됐지만, 향후 공사비가 오르지 않아 조합 입장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밖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에서 확정공사비를 제안해 수주전에 승리하는 등 공사비 인상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모양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확정 공사비 제안은 향후 자재값 변동에 따라 손해가 될 수도 있는 방식”이라면서도 “향후 조합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더 큰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둔촌주공 등에서 확인한 이상 조합도 시공사도 분쟁 소지를 없애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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