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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집 전세가 옆집보다 2배 비싸데요”…임대차3법이 만든 전세계약 풍경[부동산360]
연초 대비 서울 전세 계약 26% 감소
집주인은 “시세 맞췄는데 세입자 없네”
세입자는 “갱신 전세가 보면 위화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사무소에 오기 전 갱신된 전세계약 금액을 보고 온 신혼부부가 대뜸 ‘이 아파트는 왜 전세 매물이 이렇게 비싼 지 모르겠다. 거품 아니냐’고 말하더니 해당 아파트는 구경도 가지 않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내가 보더라도 3억원 낮게 거래된 전세 가격을 보면 가기 싫기는 하겠지만, 요즘 전세 시장은 진짜 살얼음판입니다.”

서울 강남구의 A 공인 대표는 최근 전세 시장을 두고 “지그 재그”라고 표현했다. 임대차3법에 따른 계약 갱신으로 기존 보증금에서 5%만 오른 거래가 있는 반면, 신규 계약된 전세 물건의 경우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2배까지 올라 그래프가 복잡하게 보인다는 설명이다.

공인 대표는 “확실히 전세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다. 지난 2년 동안 억눌렸던 시세가 한꺼번에 터진 모양새”라면서 “그러다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과열됐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합의점이 나오기 전까지 전세 시장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차 계약 갱신에 나서는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의 간극이 큰 상황이다. 지난 정부에서 도입된 전세 계약 갱신 청구권 탓에 5% 인상이 적용된 전세 계약과 급등한 신규 계약이 동시에 나오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강남에서도 대표적 고급 단지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청담아이파크의 경우, 최근 전용 110㎡의 전세계약이 19억원에 이뤄졌다. 직전 전세가보다 4억원 이상 오른 가격으로, 당장 지난달 같은 전용 110㎡의 전세 갱신 계약이 13억6500만원에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대림아크로빌 역시 신규 전세의 경우 전용 172㎡의 신규 계약은 24억원에 이뤄진 반면, 갱신 계약은 15억원대에 형성됐다. 양천구의 목동트윈빌 역시 전용 112㎡의 신규 전세 계약은 최근 13억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갱신 계약은 7억원대에 이뤄졌다. 최대 2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양천구의 한 공인 대표는 “최근에는 같은 크기인데 갱신된 전세 가격이랑 반전세 보증금이 비슷한 경우도 있다. 어느 세입자는 기존 전세가에 매월 100만원의 월세를 더 내고 들어가는 셈”이라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규로 세를 구하려는 세입자 중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져서 차라리 다른 단지를 알아보겠다’며 떠난 경우도 있다. 전세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으면 당분간 거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내 전세 거래는 가격 급등에 따라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전체에서 1만1521건에 달했던 전세 거래는 지난달 8441건으로 26% 줄어들었다. 이달 역시 이날까지 등록된 전세 거래가 6896건으로 전달보다 더 줄었다.

전세 가격이 순간 급등한 상황에서 거래가 얼어붙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전세를 내놓은 김모(56) 씨는 “주변에 오른 시세대로 새 전세 세입자를 구하려 하는데 쉽지 않다. 가격을 내리자니 고금리 탓에 내 형편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사정은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전세 계약 갱신을 거부당해 서울 마포구에서 새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이모(36ᆞ여) 씨는 “아이 집 탓에 최대한 가까운 집을 알아보려 하는데,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는 전세 가격이 2억 이상 올랐다. 높은 금리 탓에 전세를 크기를 줄이거나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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