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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우리말] 그을린 피부, 그슬린 고기!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철수 : 여름휴가 갔다 왔구나. 구릿빛으로 그슬린 피부가 멋지네.

영희 : 올여름엔 바닷가가 아닌 수해 복구 현장에서 자원봉사했어. 더 멋진 그을름이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3동의 한 침수된 집 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최근 갑작스레 내린 집중호우로 많은 사람이 수해를 입었다. 영희의 검게 탄 피부를 본 철수는 영희가 예년처럼 여름휴가를 즐기고 온 것으로 알고 화제로 삼았다. 그러나 영희는 수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예년보다 더 멋진 휴가를 보낸 듯하다.

그런데 철수의 말 중 ‘그슬린’은 ‘그을린’ 또는 ‘그은’으로 바꿔 말해야 한다. 문맥상 ‘불에 겉만 조금 타게 하다’는 뜻의 ‘그슬다’보다는 ‘햇볕이나 연기에 쬐어 색이 검게 되다’는 뜻인 ‘그을다’를 써야 한다.

또 영희가 말한 ‘그을름’은 ‘그을음’으로 해야 하는데, 이는 기본형 ‘그을-’에 명사형 접미사 ‘-음’이 결합해서 만들어진다.

‘그을다’는 ‘햇볕에 얼굴이 검게 그을었다’ ‘피부가 그은 채’처럼 ‘그을어, 그을었다’ 등으로 활용되므로 ‘그을러, 그을렀다’ 등은 틀린 말이다.

또한 관형사형 어미 ‘-은’이나 연결어미 ‘-니’가 연결되면 ‘ㄹ’이 탈락돼 ‘그은, 그으니’ 등으로 쓰이므로, 흔히 쓰는 ‘그을은, 그으르니’ 등은 잘못된 표기다. 이 밖에도 ‘그을다’의 피동사, 사동사 ‘그을리다’는 ‘검게 그을린 굴뚝’ ‘햇빛에 그은 농부들이 용수를 퍼 올리고 있다’ 등으로 활용되므로 ‘그으르다’와 ‘끄을리다’는 비표준어이다. 명사형 또한 ‘그을음을 뒤집어쓴 채’처럼 ‘그으름, 끄름’이 아닌 ‘그을음’이 맞는 말이다.

‘그을다’와 혼동되는 ‘그슬다’는 ‘고기 따위가 불에 겉만 조금 타게 하다’는 뜻으로, ‘촛불에 그슬린 머리카락’ ‘새우를 불에 그슬어서 먹다’처럼 ‘그슬어, 그스니, 그슨, 그슬린, 그슬었다’ 등으로 쓰인다. 특히 관형사형 어미 ‘-은’이 이어지면 ‘ㄹ’이 탈락돼 흔히 쓰는 ‘그슬은’이 아닌 ‘그슨’이 맞는 표현이며, ‘그슬다’의 피동사 ‘그슬리다’는 ‘장작불에 그슬려’ ‘그슬린 벽체’ 등으로 활용된다. ‘그스르다, 끄슬리다’는 비표준어다.

▶‘우리말지킴이’ 당신을 위한 정리=앞에 ‘검다’는 표현이 있으면 ‘그을린(그은)’으로, ‘불’이 있으면 ‘그슬린(그슨)’으로 기억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다만, ‘불’과 ‘검다’가 다 있으면 ‘그을다’가 맞는 표현이다.

jo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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