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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관리·대규모 구조조정...문 닫는 스타트업
경기침체로 돈맥경화 직격탄
샌드박스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
업계 1위 메쉬코리아도 위기 확산
스타트업 생태계 붕괴 우려도
경기도 성남시 판교일대에 직장인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지난해만 하더라도 사옥 확장, 이전을 하겠다던 스타트업 대다수가 올해 그 계획을 철회했다. 불과 몇 개월 새 온도 차가 극과 극이다. 자금난으로 문 닫는 업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IT스타트업계 관계자)

수천억원의 돈이 몰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유망 스타트업들이 불과 1년 새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돈맥경화’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1위도 예외는 아니다. 많게는 수조원대에 달하던 ‘몸값’도 뚝 떨어져 ‘헐값’으로 전락했고, 감원은 물론 사업부 축소를 단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일부 업체는 법정관리, 매각에 나섰다. 이대로 가다간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00억 투자에도 사업 ‘휘청’ 샌드박스, 사업 매각·축소, 구조조정 나서=MCN (멀티채널네트워크)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최근 “사업 가운데 e스포츠대회 운영 대행 부분은 사업 종료하고 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은 매각할 것”이라며 ▷사업부 매각·축소 ▷인력 감축 등의 계획을 밝혔다.

샌드박스는 ‘초통령’으로 잘 알려진 유명 유튜버 도티와 방송인 유병재, 조나단 등이 소속된 업계 1위 MCN이다. 2014년 문을 연 이래 8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거쳐 국내에서 가장 많은 470여명의 유튜버를 거느리고 있다. 누적 투자액만 9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외에도 커머스와 e스포츠 운영 대행 등 신규 사업을 활발하게 확장하던 중 실적 악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설상가상 투자자 일부가 투자를 철회했다.

이필성 샌드박스 대표는 “(올해)상반기만 해도 ‘작년 같은 투자 환경’이라 생각했고, 현재의 경영 수치 정도는 투자를 유치하면 충분히 운영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고 털어놨다.

샌드박스는 지난해 113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12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매출액은 1500억원에 달할 전망이지만 적자 역시 전년보다 더 늘어난 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돈줄 막힌 스타트업 위기 확산...업계 1위도 예외 없어=이같은 고충은 비단 샌드박스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 업계 1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국내 배달대행 1위인 메쉬코리아(부릉)는 28일 서울회생법원의 자율적 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을 신청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인회생절차의 한 종류로 법원의 보전처분·포괄적금지명령(채무변제, 강제집행 등 원칙적 금지)하에 최대 3개월간 회생절차를 보류하고 있다가 채권자 채무자간 협의가 이뤄지면 회생신청을 취하하도록 하는 제도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에만 해도 1조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불과 1년 새 기업가치가 2000억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올해 초 700억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 유치도 경기 불황으로 실패했다. 이에 운영 자금이 소진되자 창업자 유정범 의장과 김형설 부사장이 지분을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이마저도 상환 기한을 넘기며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왔다.

토종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도 자금난에 허덕이다 창업자인 박대훈 대표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38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올해 2월 웹툰과 음원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구독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며 ‘왓챠 2.0’ 프로젝트도 선언했지만 투자 난항으로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기업 가치는 5000억원에서 780억원으로 폭락했다. 회사를 매각해야 할 상황에 처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각 금액에 대한 이견이 커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 투자금, 더 줄어든다...스타트업 생태계 붕괴 우려 확산=최근 몇 년 새 메쉬코리아, 왓챠, 당근마켓, 마켓컬리 등 업계 ‘스타급’ 스타트업이 등장한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사업 확장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21억원(24.3%)나 증가한 약 4조원 규모였다. 역대 최고 금액이다.

하지만 불과 몇달 만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 투자 규모는 작년 3분기보다 40%나 급감한 1조2525억원을 기록했다. 예상했던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자, 많은 스타트업이 급전을 빌리거나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가 최근 창업자 200명에게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 점수를 질문한 결과 100점 만점에 53.7점이 나왔다. 이는 전년(79점) 대비 20점 이상 급락한 수치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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