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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매도 안팔려 쌓이는 경매...서울 낙찰률 14.2% 역대 최저
아파트 물건 월간 기준 6년來 최다
응찰자 없어 1~2차례 유찰은 기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경매4계. 경매에 나온 아파트 12채 가운데 단 1건만 낙찰됐다. 이미 두 차례 유찰돼 감정가(19억6000만원)의 64%를 최저가(12억5440만원)로 해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반포동 S아파트 전용면적 190㎡ 물건이었다. 응찰자가 거의 없는 가운데 이를 가져간 사람은 최저가보다 11만원 더 써내 주인이 됐다.

수도권 경매시장에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주택 물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매매시장 침체 장기화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증가해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감정가 수준에서 낙찰되던 물건이 이젠 응찰자가 없어 1~2차례 유찰되는 건 기본이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계속 곤두박질하고 있다.

2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법원에 나온 아파트 물건은 162건으로 전월(107건)보다 51% 늘었다. 월간 기준 2016년 11월(171건) 이후 가장 많다.

경기도 아파트 경매 물건도 지난달 321건으로 전달(321건)보다 26% 증가했다. 인천도 131건으로 전달(61건)에 비해 114% 폭증했다.

빌라도 마찬가지다. 11월 경매시장에 등장한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물건은 모두 700채다. 전달(591채)보다 18% 늘었다. 경매가 진행된 빌라 물건 수는 올 1월 260건, 4월 342건, 7월 413건 등 계속 늘고 있다. 경기도 빌라는 10월 424건에서 11월 478건으로, 인천 빌라는 193건에서 268건으로 증가했다.

경매시장에 물건이 늘어나는 건 은행 등 채권자가 매매시장에서 처분하지 못하는 담보를 경매에 부치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급매로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해 경매에도 아파트와 빌라 물건이 쌓이는 것이다.

경매 참여자들은 웬만하면 감정가 수준에선 사려고 하지 않는다. 한 두 차례 유찰되길 기다렸다 입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하락추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14.2%로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법원이 열리지 않았던 2020년 3월(10%)을 제외하고 역대 가장 낮았다. 경매시장에 서울 아파트 10채의 경매가 진행되면 1건 조금 넘게 낙찰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와 인천 아파트 낙찰률도 각각 40.8%, 22.9%를 기록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3.6%까지 떨어졌다. 2019년 3월(82.7%) 이후 가장 낮다.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78,9%)은 2013년 8월(78.4%) 이후,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69.75%)은 2014년 6월(53.7%) 이후 각각 가장 낮았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예상하고 유찰된 물건만 찾으면서 입찰 가능 최저가 수준으로 응찰하는 사람이 많으면 낙찰가율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한 경매시장에 물건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상 기조로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낙찰률, 낙찰가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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