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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내 ‘극소수파’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 왜? [이런정치]
노웅래 ‘읍소’에 野 의원들 “남의 일 아니다” 위기감
한동훈 ‘녹음파일 있다’ 공세 野 “부결 조장” 분석
노웅래, 당내 무계파 불구 의원들 공감 받아 부결
檢 재청구 가능성 낮아… 불구속 기소 가능성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노 의원이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1대 들어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노 의원이 처음이다. 야당 의석이 과반인 탓에 민주당 의원들의 ‘동료 감싸기’가 일단 배경이다. 그에 따른 ‘방탄 비판’도 불가피하다.

다만 노 의원은 민주당 내에선 ‘섬’ 같은 존재다. 뚜렷한 계파도 없고 매우 친한 동료 의원도 드물다. 그럼에도 비교적 큰 표차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선 ▷한동훈 역풍 ▷‘다음은 내차례’ 공포감 ▷야당 탄압 공감대 등이 체포동의안 부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재석 271명 가운데 찬성은 101명, 반대는 161명, 기권은 9명으로 집계됐다. 검찰이 노 의원에 대한 체포·구속 절차를 밟기 위해선 과반 재석, 과반 찬성 표결 결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반대표가 민주당 의석수(169명)에 준하는 수만큼 나왔다. 일단 정의당은 표결 결과에 대해 ‘방탄’ 비난을 하는 등 찬성표를 던졌을 개연성이 높다.

국회는 체포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안 등 개별 인사에 대한 투표는 무기명으로 한다. 법안 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기명 투표하는 것에 비해 개별 인사에 대한 표결은 무기명이 원칙이다. 이유는 친소 관계 등이 주요 이유다. 예컨대 A장관 인사청문요청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야 하는데, 해당 장관과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뜻대로 투표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인사 투표는 국회에선 무기명으로 해왔다. 물론 과도한 ‘배려’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두고 민주당 내에선 자유투표에 맡긴다고 했다. 21대 국회 들어서 국회에 제출됐던 체포동의안은 모두 3건으로 앞선 의원들에 대해선 모두 가결 결과가 나왔다. 정정순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상직 의원, 국민의힘 소속 정찬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이 때문에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21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민주당 안팎 사정을 종합하면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미 체포안이 국회로 넘어온 시점 이후부터 어느 정도 부결 분위기를 탔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민주당 개별 의원들이 가진 ‘다음은 내차례’ 위기감은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 예상보다 많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배경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과거엔 기계적으로 보일지라도 여야 균형을 맞추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야당 수사만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진행중이고, 이르면 설 연휴 전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국회에 다시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소위 검찰이 야당 대표 및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민주당 내 오래된 ‘친문 vs 친노’ 갈등이 되레 봉합됐다는 것이 민주당 다수 의원들의 설명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민주당 내에선 ‘한동훈 효과’를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전날 표결 직전 본회의장에 서서 “노 의원을 체포할 만큼 증거가 확실하고 구속할 필요성이 있다”며 “노 의원이 청탁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자기(노웅래) 목소리가 나오는 현장 녹음까지 있는데도 수사기관에 ‘조작’이라며 거짓 여론전을 (노웅래 의원이) 펼치고 있다”며 “노 의원이 구체적 청탁을 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잘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 등도 녹음돼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국회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면 법무부장관이 본회의장에 출석해 체포·구속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박범계 장관은 지난해 이상직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추미애 장관은 2020년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본회의장에 올라 체포동의안에 대해 가결을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한 장관의 경우엔 구체성과 강도가 과거와 달랐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판단이다. 특히 한 장관이 주장한 ‘구체적 녹취가 있다’는 발언은 ‘법무부 장관은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서면으로 지휘한다’는 규정과도 배치된다는 것이 민주당측의 주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법무부 장관은 개별사건에 대해 구체적 보고를 듣거나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며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오면 기존의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의 취지나 절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의원들은 절차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지 검찰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사건 내용이나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듣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보고하면서 마치 검찰 수사관이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는 듯한 태도와 발언을 했다”며 “법무부 장관은 국회 제출된 체포동의안 사안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입법부에 동의를 요청하는 책임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이 당내 계파가 없는 의원이란 점에선 예상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온 것도 분석 대상이다. 노 의원은 당내 최대 그룹인 친문계도 아니고, 현재 당지도부 최대 계파인 친명계도 아니다. 그렇다고 86그룹으로도 묶이지 않고 특별한 의원모임을 주도하는 ‘마당발’ 의원 성향과도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 많은 반대표가 나온 것은 비교적 원만한 인간관계 덕분이란 해석도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노 의원은 당내 소수파 중에 소수파다. 어느 계파에도 속해있지 않고 친소관계가 뚜렷하게 갈리지도 않는 의원”이라며 “수년간 노웅래 의원을 보아왔으나 돈을 받거나 그랬을 사람은 아니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아니다. 억울하다’고 얘기를 하는 읍소가 나를 움직였다. 저렇게 말했는데 혹시 돈을 받았다면 내가 아니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 생각해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보름이나 지난 후에 본회의 표결에 오른 것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12일 국회에 접수됐다. 노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된 이후 여야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구명’ 읍소를 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손도 덥석 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평소 모나지 않은 대인관계 상황과 검찰 수사가 야당을 정조준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 등이 종합돼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검찰이 추가로 노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다시 밟을 개연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검찰이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다시 영장 청구를 했던 전례가 없는데다, 내년 1월 9일까지로 예정된 임시국회는 추가로 한번 더 열릴 개연성이 크다. 임시국회가 열리면 다시 체포동의안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의 의석 구성이 바뀌지 않은만큼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같은 결과가 나올 개연성이 크고, 그래서 검찰이 다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회 관계자는 “12월에 처리가 안된 법안들이 많아 1월에도 다시 임시국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 불만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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