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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여유의 이유’…예정없던 회견 ‘檢 수사’ 대반격 [이런정치]
비공개 최고위에서 기자간담회 결심
檢 정치행위, “시간 끌며 재소환 명분 쌓아”
본격적인 여론전, “혼자 간다, 오지 마라”
장외 투쟁, 장소·날짜 검토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자청해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 번째로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 요구를 ‘정치 탄압’으로 명확히 규정하기도 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은 ‘법리 다툼’보다는 ‘정치 공방’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는 직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결정됐다. 검찰의 추가 소환에 대한 지도부 의견을 수렴한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보좌진들도 비공개 최고위가 끝날 때까지 기자간담회 일정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11시 이 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검찰 소환 요구에 대해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자청해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기자간담회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지난 28일 직접 검찰 조사를 받은 당시에 느꼈던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오후 늦게부터 질문이 중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지 말고 빨리 끝내자고 하니 수사 검사도 동의했는데 이후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남은 질문이 얼마나 있냐고 물으니 말해 줄 수 없다고 하고,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하냐고 해도 말해줄 수 없다면서 했던 질문 또 하고 냈던 자료 또 물어보며 질문 속도마저 느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검찰이 시간을 끌어서 재소환 명분을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표는 “소환하는 목적이 진실 규명이 아니라 결론을 내놓고 시간 끌고, 그 결론을 짜맞추기 위해 사건 내용을 왜곡한 것”이라며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이고 국민적 의구심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행위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 중반 이 대표는 결심이 섰다는 듯 숨을 고르며 검찰의 추가 소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부족함으로 선거에서 패배했고, 그 패배로 인해 사회 각 분야가 퇴보하고 국민이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나 사회가 퇴보하면서 받는 엄청난 피해에 비하면 제가 승자의 발길질을 당하고 밟힌다 한들 국민의 고통에 비교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검찰의 추가 소환에는 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되, 소환 요구가 대선 패배에 따른 정치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검찰 수사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은 정치적 성격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수사 중인 범죄 혐의에 대한 사실 관계 또는 법리 다툼보다는 검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전면에 내세우며 현 정권과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여론전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후 재판 가능성까지 고려하며 명분 싸움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대표가 기자 간담회에서 동료 의원과 당직자 그리고 지지자를 향해 이번 검찰 출석에는 동행하지 말라고 간곡히 호소한 점도 검찰의 ‘정치 탄압’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 했을 당시에는 민주당 의원 40 여명이 동행했고, 지난 28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 했을 때는 이 대표가 혼자서 출석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민주당 의원 10명 안팎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당내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향해 “저하고 변호사하고 가겠다”며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 아프시더라도 절대로 오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아직 이 대표는 검찰 출석 날짜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 대표는 출석 일자와 관련해서는 “수사라는 게 오늘내일, 내일모레 안 하면 큰일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과 일정을 좀 협의하겠다”며 “가급적 주중에는 일을 할 수 있게 주말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3번째 검찰 출석이 예견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대여 공세 수위를 한 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사실상 ‘장외 투쟁’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전날 저녁 국회에서 이 대표 주재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만간 서울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무능한 정권에 의한 민생 위기가 심각하고 검사 독재에 의한 공포 정치가 극에 달했다”며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해 윤석열 정권의 민생 파탄, 국정 무능에 대한 보고와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 상식에 입각한 특검(특별검사)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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