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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파탄 시계만 빨라졌다” ‘고르디우스의 매듭’된 개혁 실패의 역사 [뜨거운 감자 연금개혁]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1·2차 개혁 이후 답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만 손대
정치 논리 배제, 재정 건전성 우려 해소가 과제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의 하나로 연금개혁에 나선 가운데 이전 정부들에서 풀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전 정부에서는 보험료 납부자와 연금 수혜자 간의 세대 갈등이 정치 이슈로 비화화면서 정치권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집권 여당과 정부는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파급력이 커 개혁의 고삐를 당길 수 없었던 탓이 크다.

국민연금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됐다. 가입 대상이 점진적으로 확대돼 1999년 도시 지역 자영업자에게도 적용되면서 ‘전국민 연금’ 시대가 됐다. 출범 당시 보험료율은 3%였고,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70%였다. 보험료율은 5년 마다 3%포인트씩 9%까지 높이도록 돼 있었다. 태생적으로 ‘저부담 고급여’ 구조였던 셈이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차 연금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수령 연령도 기존 60세에서 2013년~2033년까지 5년마다 1년씩 올려 65세로 조정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는 2차 연금개혁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무산됐다. 이에 정부는 애초 수정안을 변경, 보험료율은 9%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인하키로 수정해 기금 고갈 시점을 늦췄다. 노무현 정부의 2차 국민연금 제도 개혁 후 2008년 실시된 2차 재정계산에서는 기금 소진 시점이 종전의 2047년에서 2060년으로 13년 미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명박 정부를 지나고 2013년 실시된 제3차 재정계산에서는 2차 재정계산과 동일하게 2044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연금 제도를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핵심 과제로 공무원·군인·사학 등 3대 연금개혁을 단행했지만 국민연금에 대해선 손을 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도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 정권 초기에는 정부 내에서 이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최대 13%로 인상하는 ‘2018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그해 11월에 발표했지만, 청와대에서 이를 거부했다.

복지부는 한달 뒤 ▷현행 유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국민연금 보험료율 12%로 상향·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3%로 상향·소득대체율 50% 등 4가지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제시했지만, 제도개혁으로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전 다섯 정부 동안 연금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가시적 성과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 2차 개혁이 전부다. 특히 국민연금과 관련해 이후 정부에서는 논의를 아예 하지 않거나 공전했다.

올해 1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시산 결과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전과 비교하면 기금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1년,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2년 앞당겨졌다.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기금 운영 상황만 악화한 셈이다.

좀체 진일보하지 못한 것은 현 세대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후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의무 부담자와 수혜자 간의 괴리로 세대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에서 연금개혁을 논의할 유인이 크게 떨어진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세원 축소와 고령 관련 재정지출의 확대를 가져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지출효율화는 물론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배분의 효과성 제고 노력과 함께 충분한 재정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원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수준의 적립배율(당해년도 연금급여 지출 대비 적립금의 비율)등 장기 재정목표를 구체화하는 것이 요하고 출산율 등 연금 재정관련 지표가 안정화될 때까지 장기 재정추계의 추계기간을 현행 70년에서 100년으로 확대하고 추계주기는 매 5년에서 매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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