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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라리 내가 키운다” 채솟값 부담에 ‘베란다 농장’ 꾸리는 사람들
“채솟값이라도 아끼자” 직접 재배 나선다
새싹재배기 판매 86% 늘어
“모종값 500원이면 상추 한 포기”

민세영(35)씨는 올 초부터 베란다에서 적겨자와 상추, 파를 재배하고 있다. /민세영씨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고민하던 민세영(35)씨는 지난달 마트에서 상추와 적겨자 씨앗을 구매했다. 대파는 뿌리가 달린 것으로 사 화분에 심었다. 배양토 등 원예용품까지 포함해 민씨가 ‘베란다 농장’을 꾸리는데 든 비용은 1만3000원 남짓. 민씨는 “아무리 고물가 시대라도 채소를 장바구니에서 뺄 수는 없다보니 차라리 직접 키우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민씨가 구매한 채소 씨앗들을 마트에서 실제 구매하려면 7일 기준 상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추는 100g당 평균 2500원, 적겨자는 3000원 정도다. 씨앗 세트를 한번에 구매하면 수차례 다시 심을 수 있어 남는 장사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돼 올해까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솟값을 절감하기 위해 베란다에 직접 소규모 농장을 꾸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관련 상품 판매도 늘고 있다. 7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한 달 동안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집에서 채소를 재배하기 위해 필요한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앗만 뿌려놓고 물을 갈아주면 수일 안에 새싹을 틔울 수 있는 새싹재배기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86% 늘었다. 가지치기용 원예가위, 미니삽, 물뿌리개 등 원예용품 판매량은 63% 늘었다. 이밖에 텃밭세트와 화품 판매량 역시 각각 22%, 12% 늘어났다.

가정용 채소 재배는 저렴한 가격에 씨앗만 구매하면 되는 데다, 재배에 별다른 품도 들지 않아 간편하다. 서현성(43)씨는 “지난해 가을에 심은 상추들을 잎만 따서 먹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상추 모종을 주문하면 한 포기당 500원에, 흙은 만 원어치면 20포기까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베란다에서 상추와 파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모(39)씨 역시 “씨앗을 뿌려놓고 물만 갈아주면서 별다른 품도 들이지 않았는데 3주만에 쑥쑥 자라서 깜짝 놀랐다”며 “생활비 부담에 채소를 양껏 사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젠 비빔밥 재료나 쌈재료로 맘껏 쓰고 있다”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를 실감하고 있다. 채소 종자를 판매하는 한 업체는 “학교나 관공서 같은 단체주문과 개인 소규모 주문을 함께 받고 있는데, 작년부터 개인 주문이 많이 늘면서 단체 대 개인 주문 비율이 1대 9 정도가 됐다”고 했다.

한편 올 겨울 이어진 한파와 폭설 영향으로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주요 채소 품목들은 1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7일 대파(1kg) 도매 기준 가격은 2378원으로 1년 전(1699원) 대비 39%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풋고추(10kg)는 11만3740원으로 40%, 적상추(4kg)는 2만3260원으로 같은 기간 16% 올랐다.

올해 들어 채소 농가 운영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난방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채소 가격 오름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채소 농가 운영비에 난방비가 20%는 차지하는데, 경영비 부담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채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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