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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천년 문화재까지 사라졌다…폐허된 튀르키예·시리아 [튀르키예 강진]
6일(현지시간) 시리아 이들리브주 한 마을의 건물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가운데, 구조대원과 주민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번 강진은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난민 밀집 구역을 강타하면서 인명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 키웠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미 힘든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재앙이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80여 년 만에 역대급 강진이 발생하며 경제 불안과 내전에 시달려온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더욱더 사지로 내몰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지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7일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5000명(월스트리트 추산)으로 이 마저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력한 지진은 건물과 문화재를 순식간에 집어 삼켰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총 5600채의 건물이 붕괴됐고, 오랜 역사의 문화재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한 방송은 진앙인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동쪽에 위치한 샤르우르파주에서 지진이 강타하자 7층 높이 건물이 종잇장처럼 힘없이 구겨지는 영상을 공개해 지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진도 7.8 강진으로 붕괴된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의 랜드마크인 가지안테프 성의 모습 [로이터]

CNN 등에 따르면 2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가지안테프의 랜드마크인 가지안테프 성은 성벽과 망루가 붕괴됐고, 시리아에서도 이맘 이스마일 모스크와 13세기에 지어진 알레포 성 등이 모두 파괴됐다. 시리아 문화재 박물관장은 알레포 국립박물관 내부의 유물들도 상당수 훼손됐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열악한 의료체계는 몰려든 사망자와 부상자로 붕괴 직전이다. 심지어 지진으로 일부 병원까지 무너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튀르키예 적신월사(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케렘 키닉 대표는 “우려하던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심각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국경 인근 병원에서 근무하는 오사마 살룸 박사는 병원으로 사망자가 밀려들어오고 있다면서 “산소가 떨어지면서 추가 사망자는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미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고 있었는데 더 나빠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도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생존자들은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갔던 지진 당시를 떠올리며 “끝나지 않을 악몽 같았다”고 토로했다.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크르의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진의 여파를 견디지 못한 인근 건물이 주저앉고 있다. [DHA통신, AP]

가지안테프의 주민 시난 샤한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진 당시 상황에 대해 “전기가 나갔고 순식간에 집이 깨진 유리로 가득 찼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어디론가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서북부 알레포의 아나스 압바시 씨는 AFP 통신에 “수년간의 내전을 거치면서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포격과 총알보다도 훨씬 더 무서웠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의 철근 사이를 뒤지며 구조 작업에 만전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인력과 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기상 상황까지 좋지 않아 추가 사망자 발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구조대인 하얀 헬멧 대원은 “잔해 속 사람을 구하는 것은 익숙하긴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직 건물 잔해에 갇혀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고 사람들도 모두 죽을 것이다”고 했다.

술레이만 소을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리아의 경우 이번 지진이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가 빈번한 난민 밀집 구역에 집중돼 피해가 커졌다. 사회 기반시설이 낙후된데다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이 많아 지진 충격에 더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피해가 컸던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는 공습과 지상전이 간헐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91%가 넘는 주민들이 원조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내전과 경제위기, 공중 보건 등으로 가뜩이나 커진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개발 NGO인 머시콥의 키어런 반스 시리아 지역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서부는 이미 10년 넘게 분쟁을 겪으며 180만명 이상의 실향민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서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리아 북서부에서 굶주리고 있는 가운데 식량 불안이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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