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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 불로소득 ‘예탁금’, 고객 이자지급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이런정치]
증권사 4년간 예탁금 수익 2조5000억원 육박
고객한테 지급한 예탁금 이자는 6000억원 불과
현행법 예탁금 운용 방식만 규정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증권사별 자체 결정
법적 규제, 과도한 시장 개입 지적
양정숙 “가이드라인, 공시 강화 필요”
코스피가 전장보다 3.91포인트(0.16%) 오른 2455.12에 마감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내 30개 증권사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고객이 맡긴 예탁금의 이자 명목으로 고객에게 지급한 금액 596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해당 증권사들이 고객 예탁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2조467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이 맡긴 돈으로 지난 4년간 2조원 가까운 수익을 거둔 셈이다. 고객 예탁금이 증권사 불로소득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긴 대기성 자금이다. 증권사 고객 예탁금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9년 26조6500억원에서 2022년 59조7299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예탁금 가운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4년간 예탁금 평잔은 112조1865억원이다. 전체 증권사 예탁금의 55.3%를 차지하는 규모다.

현행법은 고객 예탁금 운영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는 고객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신탁 또는 예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같은 법에 따라 한 증권금융은 고객 예탁금을 ▷국채 또는 지방채 증권 ▷금융기관이 지급을 보증한 채무증권 등 안정적 운용을 해할 우려가 없는 곳에 투자한 후 그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한다. 사실상 증권사는 예탁금 운용에 위험부담 없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증권사들이 지난 4년 동안 고객 예탁금으로 거둬들인 수익률은 최저 0.8%에서 최고 1.94%다. 반면 고객들이 예탁금으로 얻는 이자 수익률은 최저 0.1%에서 최고 0.2% 수준이다. 증권사가 얻은 예탁금 수익에서 고객들 몫은 4분의 1 수준인 셈이다.

현행법에는 증권사들이 고객 예탁금으로 얻은 수익을 고객들과 공유해야 할 의무 조항은 없다. 다만 금융위원회 금융투자업규정에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 금융투자업규정 제4-46조는 “금융투자업자는 협회가 정하는 투자자예탁금이용료 산정기준 및 지급절차에 따라 투자자에게 투자자예탁금의 이용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 투자자예탁금이용료는 운용수익, 발생비용 등을 감안하여 합리적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증권사는 해당 규정에 따라 자체적인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예탁금 수익금에서 인건비 등을 공제한 뒤 투자자에게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최근 고객 예탁금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익을 보고 있는 증권사를 향해 과도한 성과급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성과급을 3년간 나눠 지급하는 ‘증권사 성과급 이연제도’와 손실발생시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증권사 고객 예탁금과 관련한 법 개정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지만 예탁금으로 인한 증권사 수익을 고객들과 의무적으로 나누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거래 수수료와 같이 예탁금 이용료율도 시장 경쟁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많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증권사들은 IMF 사태를 계기로 1998년부터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고도 2018년까지 고객에게 단 한 푼도 되돌려 주지 않았고, 불로소득으로 자기배 불리기에 급급했다”며 “이익금액을 예탁금 주인인 고객에게 적정하게 돌려주도록 이익배분에 관한 가이드라인 또는 증권사별 공시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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