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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정치인’ 다 됐네…국회 달군 말·말·말 [이런정치]
검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 1년만에 ‘정치인 다됐다’ 평가
깔끔 발언과 어떤 질문에도 ‘술술’ 답변… ‘질문 더없냐’도 소소화재
정치권 “한동훈 출마는 기정사실”… 강남3구? 가능성 소문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발언이 보다 ‘정치인’에 가까워졌다. 기자들 질문을 받을 때도 그는 가방을 내려두고 정자세를 취한다. ‘준비가 됐다’는 취지로 기자들에 “질문 주시죠”라고 먼저 묻는다. 깔끔한 문장으로 떨어지는 그의 발언은 기사 쓰기에도 좋다. 기사 제목에 딱 들어갈 짧은 코멘트는 기자들이 한 장관에 몰려가는 동력이 되고, 대통령으로부터 받는 ‘무한신임’은 그가 1년후 국회의원이 될 것이란 관측의 배경이 된다.

한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다음날인 28일 국회를 찾았다. 한 장관은 전날 이 대표가 영장청구가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말씀이 아닌 것 같다. 늘 하던 말씀이다. 그분 입장”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다수 찬성표를 예상하셨냐’는 질문에 “저는 예상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설명을 하면서 가진 15분간의 설명은 ‘정치인 한동훈’의 화법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설명 당시 ‘돈봉투 부스럭’이란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밀었던 한 장관은,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설명 자리에선 차분하고 빠르게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는 대중친화적 화법으로 이목을 끌었다.

한 장관은 여러 비유를 들었다. 예컨대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이다. 주인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라는 설명이나, “이 사건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단순하다”는 발언, “이익은 성남시민이 아닌 이재명 시장 측과 유착된 김만배 일당이 독식한 것”이라는 발언 등이다.

한 장관은 또 “김만배 일당이 뭘 했다고 성남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돈 수천억 원을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냐. 시민의 입장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고 했고, “‘후불제’ 뇌물, ‘할부식’ 뇌물 방식으로 뇌물이 지급됐다. 기업들이 이재명 시장을 믿지 못하고, 약속한 청탁을 실제로 들어주는 것을 건건이 확인하고 나서야 뇌물을 지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비유 설명은 한 장관의 설명 대상이 의원들이 아닌 국민이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고, 이는 한 장관이 사실상 ‘정치인 한동훈’의 등장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동훈 장관이 일단 많이 정치인화한 것 같다. 표현을 보면 법률적 용어보다는 굉장히 대중적인 용어, 그것도 아주 굉장히 알아듣기 쉽게 표현을 골라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며 “한동훈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설도 나오고 있는데 제가 보건대는 정치에 꽤나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가 지난 23일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1시간이 넘게 자신에게 적용된 각종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 말씀을 판사 앞에 가서 하시라”고 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의 불체포 권한을 활용해 법원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심사)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장관의 발언 수위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더 ‘정치색’이 짙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한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 통과 당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이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재 제소 등이 정치권의 주요 발언으로 분류됐다.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와 10월 치러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한 장관의 발언은 주요 발언으로 취급됐으나 최근엔 그 수위가 더 강해졌다.

한 장관은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만약 자기(이재명)가 대선에서 이겼으면 권력을 동원해서 사건을 못 하게 뭉갰을 거다, 이런 말처럼 들린다. 표를 더 받는다고 있는 죄가 없어지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통상 장관의 국회에서의 발언은 한 장관처럼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개별 국회의원은 국회의 대표자로 ‘행정부 감시’를 담당한다. 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자료요구권과 국정감사 권한을 가진다. 정부 부처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원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의 ‘대관(對官)’ 업무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 역시 국회의 고유 기능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한 장관의 발언은 여러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예컨대 한 장관은 ‘구원(舊怨)’ 관계였던 최강욱 민주당 의원과 지난해 8월 설전을 벌였다. 최 의원이 “검찰이 과거 인혁당 사건의 재심으로 이어져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저지른 잘못이 과거에 있었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지금 검찰이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최 의원이 “아는 내용은 인정하고 가자”고 하자, 한 장관은 “말씀을 하세요 그냥”이라고 했다. 최 의원이 “저 태도를 그냥 두겠냐”고 법사위원장에게 말하자, 한 장관은 “이 질문을 가만히 두실 것이냐”고 대꾸했다.

한 장관은 김의겸 의원과의 설전도 유명하다. 한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감장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김 의원이 제기하자 “제가 거기에 있었다는 근거를 제시하시라. 저는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거시겠냐”라고 말했다. 한장관의 발언엔 감정이 실려 있었다. 한 장관은 “스토킹하는 사람들과 야합해서 이런 식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한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한 장관이 사용한 ‘일국의 장관’이란 표현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한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진행 과정에서 본인의 발언 일부가 공개됐는데, 한 장관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일개 장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장관이 된 뒤 국회에 출석해선 본인을 가리켜 “일국의 장관”이라고 스스로를 높여 발언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부각한 계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직후다. 한 장관은 지난해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부터 집중 조명받는 인물이었다. 당시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기용할 것이란 관측과 검찰총장으로 지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결론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등용했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사실상의 ‘후계자’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이때부터 나왔다.

통상의 장관은 현직 의원들 가운데 실세가 맡는 것이 통상이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선 민주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전 의원과 박범계 전 의원이 법무부 장관을 맡았다. 법무부는 정부부처 가운데에서도 준사법 역할인 기소권을 가진 검찰청을 외청으로 둔 주요 부처인데, 서울지검장과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은 검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정치권에선 이미 한 장관이 내년 출마 사실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해 말에는 차기 당대표 유력 후보로 국민의힘 내에서 추천이 쏟아지기도 했다. 진원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이 주효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에서 식사를 한 뒤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 MZ세대에 인기가 있는 대표, 공천에서 휘둘리지 않는 대표”를 언급했다. 당시 거론되는 인물들은 ‘성에 안찬다’는 표현도 내놨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실 식사를 한 뒤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 받았다. 이른바 ‘한동훈 차출론’이었다. 한 장관이 그러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차출설은 힘을 잃었고, 윤 대통령도 한 장관에게 당대표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말없이 웃기만했다는 전언 형태의 보도도 있었다.

다만 정치권에선 한 장관의 정치 입문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최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TV토론회에선 한 장관을 차기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선대위원장에 임명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질문에 대해 안철수 후보만 ‘O’ 팻말을 들었다. 안 후보는 그 이유에 대해 “한동훈 장관은 충분히 본인의 분야에서 제대로 업적을 쌓고 증명해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표결 결과에도 한 장관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설명 때와는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민주당 내 ‘반발표’가 생길 여지를 없앴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한동훈 장관이 이번에도 무효·기권표 발생에 역할을 했다. 말이 빨라서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장관이 어느 지역에 공천을 받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당선이 쉬운 소위 ‘꿀지역구’에 한 장관이 낙점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기존 지역구 의원들 사이 긴장한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지지세가 넉넉한 강남3구 내 일부 지역구가 한 장관의 지역구로 낙점됐다는 소문도 돌고, 한 장관 아버지의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장관의 지역구가 춘천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대표라면 한동훈을 어디 공천하겠냐’는 질문에 “춘천”이라고 답한 바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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