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워스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영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도시 중 하나인 잉글랜드 요크시의 작은 아파트에서 부엌을 리모델링하던 중 400년 전 벽화가 발견됐다.

미국 CNN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화제의 벽화가 발견된 건 루크 버드워스(29)의 주방이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얼마전 공사업자가 아주 무심한 말투로 '여기(벽) 뒤에 그림이 있는 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며 벽화를 처음 발견한 순간을 회상했다.

버드워스와 그의 파트너 헤이즐 무니(26)는 부엌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임시 거처로 옮겨와 생활하고 있다. 그가 공사업자의 연락을 받고 아파트에 갔을 땐 벽은 이미 새 부엌장이 달린 상태였다.

실망한 버드워스는 거실 반대편 벽 뒤에도 옛날 벽화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조사에 나섰다. 리즈대학 데이터분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버드워스 트위터 캡처]

그는 "다른 쪽 벽들 안쪽 공간에도 역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며 "그림들은 서로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벽 장식 뒤에 숨겨져 있던 그림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2.7ｍ와 1.2ｍ로 윗부분은 천장에 가려져 있었다.

버드워스가 살고 있는 요크시는 고대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다. 그가 2020년 10월 구입한 해당 아파트는 요크시 주요 도로 가운데 하나인 미클게이트 성벽 사이에 위치해 있다.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뒤, 아래 층은 현재 카페와 서점이 들어와 있다.

버드워스는 나름 역사적 고증을 거쳐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가 1635년에 쓴 '임블렘스' 속 장면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벽화가 먼저 그려졌다"며 벽화가 있는 벽 주위로 건축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버드워스는 "처음엔 빅토리아 왕조 시대 벽화로 생각했지만, 실제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길었다"며 "흰 수레를 탄 남자의 그림은 천국으로 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벽화 속에서 천사가 새장 속에 갇힌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 장면은 성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버드워스는 역사적 장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사적(史跡)위원회'에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고, 위원회 측은 전문가들을 보내 현장을 살펴본 뒤 정밀 촬영을 실시했다. 위원회는 벽화가 그려진 때를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시들해진 1700년 사이로 추정했다고 버드워스는 전했다.

버드워스 커플은 이들 벽화 보전에 투자할 돈은 없지만, 이들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