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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비드상이 포르노? 뿔난 伊…“예술과 포르노 혼동, 어이 없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걸작인 '다비드상'을 수업시간에 보여줬다가 '포르노'라는 일부 학부모의 항의로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자 이탈리아 측이 일침을 가했다.

다비드상이 있는 피렌체시(市)는 해고된 교장을 초청하며 '예술과 외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고, 미술관 측은 '와서 보고 배우라'는 의미로 학생과 학부모를 초청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의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은 지난 주 6학년 미술 수업시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과 관련해 이 학교 교장 호프 캐러스킬라에게 사임하라고 압박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나체 조각상인 이 작품을 수업에 사용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항의한 데에 뒤이은 조치였다. 일부 학부모는 다비드 상을 '포르노'라고 표현했다고 캐러스킬라 교장은 전했다.

다비드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 미켈란젤로(1475∼1564)의 대표작이다. 1504년에 완성된 약 5m 높이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으로 구약성서 속 소년 영웅 다비드(다윗)가 돌팔매로 블레셋 거인 장수 골리앗을 물리치기 직전의 모습을 담아냈다.

나체로 표현된 다비드의 다부진 체격, 긴장과 결의에 찬 표정, 물 흐르듯 균형 있는 자세 등으로 당대부터 큰 호평을 받아 피에타(1499년)와 함께 젊은 미켈란젤로를 거장 반열에 올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학교 이사진은 다비드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이 캐러스킬라 교장을 물러나게 한 것에 영향을 미쳤지만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나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은 '다비드 보유국' 이탈리아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AP통신은 르네상스 시기의 걸작이 나체로 표현됐어도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아니며, 이 때문에 이러한 미국의 문화전쟁을 두고 이탈리아인들이 어처구니없어 한다고 전했다.

로마에 있는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인문학 연구 책임자 마를라 스토네는 다비드 상이 사전에 경고해야 할 만큼 논쟁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미국 내 '문화 전쟁'의 또 다른 사례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다비드상의 성기 부분을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 캐릭터로 가린 뒤 '망신(vergogna)'이라고 적은 만평을 26일자 신문 1면에 싣기도 했다.

급기야는 다비드를 소장한 미술관과 미술관이 있는 피렌체시까지 나섰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캐러스킬라 교장에게 도시를 방문해 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면서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비드를 전시하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세실리 홀베르그 관장도 이번 논란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문제의 학교 이사회와 학부모, 학생회를 초대해 작품의 '순수함'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홀베그르 관장은 "다비드가 포르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내용과 서양 문화는 물론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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