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 다수가 관여됐다는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당 내홍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의혹 정점에 있는 송영길 전 대표에 공식적으로 조기 귀국을 요청했지만, 이 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분출되면서다. 관련자에 대한 신속한 출당조치 또는 탈당 권유가 이어져야 한다는 일각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당 지도부 결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우선 22일로 예정된 송 전 대표의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간담회에서의 입장 발표를 청취한 뒤 출당조치 등 후속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 내용과 방향에 따라 여론 향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송 전 대표의 ‘결단’을 기다리는 지도부 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른바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발언이 엇갈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비명계로 분류돼 온 고민정·송갑석 최고위원은 송 전 대표를 강하게 규탄했다. 고 최고위원은 “돈을 주거나 받은 게 아니라면 왜 녹취록에 그러한 말이 들어가 있는가. 도대체 송영길 캠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떳떳하다면 귀국을 미룰 필요가 없다. 누명을 썼다면 해명해야 하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다면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최고위원도 “송 전 대표는 이번 주말 기자간담회만 예고할 분 귀국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하는 송 전 대표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며 당원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의심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일말의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없다는 검찰 주장이 신뢰를 얻으려면 피의사실 공표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의혹 중심 인물인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그리고 송 전 대표를 출당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의혹을 부인하고 귀국을 늦춘다고 하면 빨리 출당조치가 들어가야 한다. 이 전 사무부총장 등에 대해서도 출당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것은 지도부가 스스로 리더십 발휘할 공간을 주기 위해서지만 벌써 출당 압박이 이어져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본인(송 전 대표)이 당대표 시절 의원들에 대거 출당을 권유한일이 있지 않느냐”면서 “자진 탈당도 아니고 출당시켜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대표직을 수행할 당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단행하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