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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칼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기대한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6·25전쟁 후 70년 동안 작동해왔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본래 목적 외에도 여러 확장적 기능까지 맡았다. 1965년 베트남전 파병이나 2004년 이라크전 참전, 그리고 요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이나 대만해협 안보에 대한 언급이 한미 동맹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국익에 어긋나는데도 미국의 중국 견제 등 세계 전략 때문에 부담스러운 외교적 발언이나 군사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동맹도 상호 국익이 일치하는 법은 없다. 최근 불거진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에서 새삼 깨달아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미국 최고의 외교전략가 헨리 키신저가 남긴 명언을 새겨야 한다.

“미국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미국은 자국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는 모습이었다. “한국과 사실상 핵 공유는 아니다”면서 “핵 사용의 유일한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만 있다”고 명확하게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종전에도 북한 핵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강경 일변도에 대한 제동의 의미도 엿보인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현실주의적 하드파워와 이상주의적 소프트파워 개념을 전략적으로 혼용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평상시에는 대체로 민주주의와 인권, 문화예술의 가치관 중심으로 외교정책을 펴는 소프트파워 전략을 유지한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정립한 소프트파워 개념에 바탕한 것이다. 그러나 불량 국가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면 하드파워인 군사력으로 제재에 나선다. 이 같은 일종의 강온 전략은 스마트파워 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07년 11월 오피니언 리더 20인으로 구성된 특별 기구 스마트파워위원회에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활용하는 총체적 능력인 스마트파워 전략”을 정립했다. 이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스마트파워 전략을 공개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현 행정부 또한 같은 민주당 출신으로 스마트파워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 전략을 어느 한 사고에 치우치거나 고착시키는 것은 유아적 하책이다.

하드파워를 내세운 군사훈련과 위협적 발언이 난무하는 한반도에 한미 동맹은 미국의 스마트파워 전략에 따라 평화적 대화의 돌파구를 여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당대 최고의 평화메신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가 북한의 가톨릭 신도들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14년 8월 대전에서 열린 가톨릭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강론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한국의 평화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며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가톨릭 신자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수시로 전화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북한과 강경 대립 일변도에서 벗어나 평화적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필요할 것이다.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 호수 주위에는 아직도 6·25전쟁 때 희생된 미 해병대 1사단의 장병 유해 7000여구가 묻혀 있다. 미 군부뿐아니라 일반 국민도 잊힌 미군 전사자의 유해 송환에 절대적 관심을 둔다. 바이든 행정부는 교황의 방북 지원과 함께 대북 제재도 완화해주면서 미 국민이 염원하는 전사자 유해 송환에 나서 북한과 막혔던 대화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 즈음해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협력이 한미 동맹의 공동 과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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