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왜 창의력의 힘을 길러준다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면 무엇이든 진짜가 되는 신기한 마술 연필을 가진 꼬마곰이 있다. 꼬마곰은 자기 앞에 나타난 어려운 문제를 마술연필을 휘둘러 해결한다.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늑대는 색칠을 해서 사라지게 만들고, 뱀이 나타나자 스카이 콩콩을 그려 폴짝 뛰어넘는다. 배고픈 사자가 나타나자 그가 제일 필요로 하는 고기를 그려주었다. 만약에 어른들이라면 이토록 현명한 해결책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사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고 훨씬 더 깊게 이해한다. 배고픈 사자에게 고기를 주면 당연히 사자는 물러갈 터인데 어른은 고기를 주기보다는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하다. 어른들의 상상력이란 고작 그만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장 깊이 사자를 이해하고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들의 기가 막힌 대답으로 이어진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의력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책 속의 이야기일 뿐 우리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그런 부모를 위해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이 책 출간 이후 꾸준히 워크숍을 개최하고 미술교육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5월 앤서니 브라운이 방한했을 당시에 예술의전당에서 이 같은 워크숍을 열었다. 작가는 커다란 도화지에 꼬마곰과 마술 연필을 그린 다음 아이들과 다음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주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따라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변하는 것을 보며 무척 흥미로워했다.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하면 당신도 당신의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 내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지 전문가 같은 그림 솜씨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림솜씨가 없어서 못한다는 건 부모의 비겁한(!) 변명이다.
작가는 “아이들 누구나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마술 연필을 잘 다듬어서 그림을 그려보라”고 주문한다. 그 다음은 부모의 몫이다. 이 책을 읽고 꼬마곰이 되어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놀이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아이가 갖고 있는 창의력 보따리를 확 찔러주는 마술 연필이다.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되 자연스럽게 창의력을 끌어내는 기술을 이 책이 가르쳐 주고 있다.
또한 책 출간에 맞춰 창의력 발현을 위해 저자인 앤서니 브라운이 아이들의 그림책을 직접 심사해 주는 ‘마술연필 그림책 대회’가 열리는데,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연필’ 책에 첨부된 워크북을 완성해 응모하는 것도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과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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