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선정한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가칭)에 을지병원이 주요 주주로 출자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TV의 대주주인 연합뉴스와 을지병원 등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연합뉴스와 을지병원의 입장에 맞춘 자의적 해석이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의혹만 더욱 부풀리고 있다. 특히 본지가 입수한 연합뉴스TV의 투자계획서에는 매년 이익의 25% 배당 및 상장을 통한 투자금액 회수 기회 등을 적시해 이 사업이 ‘영리사업’임을 정확히 명기하고 있었다. 아울러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투자를 허용하면 영리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의 근간을 흔들면서 의료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 또다른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리적 싸움을 떠나 연합뉴스TV의 보도채널 진출 자체가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점에서 정부는 연합뉴스TV 감싸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요 주주 참여하는 것이 단순출자? 매년 배당받는 것이 비영리 공익 추구?=연합뉴스는 최근 을지병원 투자 논란과 관련해 4일 오후 정부와 법조계의 의견을 빌려 을지병원이 연합뉴스TV에 투자한 것은 ‘단순출자’이므로 영리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단순출자’로 보는 것은 지나친 축소 해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을지병원은 연합뉴스TV의 주요 주주(4.959%)로 참가하고 있으며 같은 재단인 을지학원의 투자 지분(9.917%)까지 합치면 연합뉴스의 2대주주가 된다. 대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석해 실질적인 경영참여가 가능하다.
영리행위가 아니라는 것도 실체를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합뉴스TV의 투자계획서를 보면 연합뉴스는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해부터 주주배당을 실시하되, 25%의 배당성향을 유지한다고 적시했다. 이 투자계획서는 연합뉴스TV가 투자유치를 위해 각 투자자에게 나눠준 것이다.
연합뉴스가 방통위에 제출한 연합뉴스TV 사업계획서에는 2014년부터 이익을 내고 2015년 58억원의 이익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이는 “투자하면 이익을 볼 수 있으니 투자하라”는 영리적 목적의 투자유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연합뉴스는 이 계획서에서 설립 4~5년 이후에는 기업공개를 통해 증자를 추진하고, 투자금액 회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밝혔다. 을지병원과 을지학원이 투자자로서 이에 응했다는 것은 이익을 염두에 두고 들어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익적 성격의 방송에 단순출자하는 것은 비영리 행위라는 연합뉴스TV와 을지병원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방송사업이 목적 달성에 필요한 부대사업?=을지병원의 정관에는 방송업과 관련된 부분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신규 사업일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시되는 부분이다. 을지병원이 영리목적의 방송사업에 주요주주로 참여하면서도 정관에는 방송사업에 관한 내용은 일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을지병원을 관할하는 서울 중구 보건소도 을지병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실사에 들어가,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출자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
하지만 연합뉴스와 을지병원 측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정관에 의거해 방송투자를 할 수 있다고 논리를 펼치고 있다.
본지 기자가 4일 을지병원을 관할하는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을지병원의 정관을 확인한 결과 을지병원의 사업목적은 “이 법인은 비영리 의료법인으로써 의료기관을 설치운영하고 보건의료에 관한 연구개발을 통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명기돼 있었다.
중구보건소 관계자도 “방송업을 사업에 추가했다면 정관 변경을 신청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이경호 변호사는 “의료법에는 의료법인이 의료행위 이외에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와 범주가 명시돼 있다”며 “을지병원의 보도채널 투자는 ‘부수적 수익 행위여서 투자가 가능하다는 연합뉴스 측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도 하는데 나만 문제?=연합뉴스 측은 많은 의료법인과 병원이 재단 재산을 직간접적으로 주식투자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며 딱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료법의 사각지대로 사실상 탈법행위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결과를 그대로 용인한다면 앞으로 의료법인과 같은 비영리법인을 얼마든지 탈법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인터넷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복지부는 유권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변호사들은 전형적인 불법행위를 왜 방통위가 수용하느냐고 말한다”면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면밀하게 따지고 평가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상현ㆍ조용직ㆍ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