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업모형 개발·적용
“다문화 교육의 필요성은 알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라는 것인가?” 일선 교사들의 고민이다. 전국 초ㆍ중ㆍ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2만4800여명(2009년 기준). 학교 내 다문화 사회는 더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하지만 필요성만 강조할 뿐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뾰족한 방법이 없다.
참다 못한 교사들이 발벗고 나섰다. 서울 중계초등학교 장진혜(42) 교사를 비롯한 6명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2008년 다문화교육방법연구회를 결성했다. 2년 동안 다양한 수업 모형을 개발하고 실제로 수업에 적용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묶어 ‘교실 속 다문화 교육’의 실천 방법을 제시하는 책도 출간했다. 입소문을 듣고 교사들이 몰려들면서 2011년 현재 연구회원만 50명이 넘는다.
연구회 교사들이 추구하는 다문화 교육의 전제는 공부가 아닌 체험이다. 이들은 다문화 교육의 지침으로 “▷기존의 학습 내용을 다양한 민족, 계층, 인종의 문화가 포함되도록 재구성하라 ▷협력학습을 활용하라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평등한 교수법을 사용하라 ▷단순한 국제 이해 교육은 다문화 교육이 아니다 ▷ 교사의 태도, 교실의 환경 등도 중요한 다문화 교육 요소다 ”고 강조한다.
서울 광진초등학교 다문화 교육 담당 김혜인(32) 교사는 “지구본을 돌려가며 여러 나라의 문화를 탐색하는 게 아니라 한국 문화라는 창문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게 진정한 다문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수업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서울 중계초등학교 5학년 5반 교실에서는 이라크에서 온 정함무라비 군과 이유진 양의 싸움에 대한 ‘가상 재판’이 열렸다. 함무라비는 이라크 전통대로 앉아서 소변을 보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유진이는 이런 함무라비에게 “여자같다. 지저분하다”며 놀렸고 서로 주먹다짐을 하게 됐다. 30명의 학생이 반반씩 나뉘어 양쪽의 변호를 맡았다.
학생들은 변론을 위해 서로 그룹을 만들어 인터넷 등을 이용해 이라크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변호사 역할을 통해 감정이입을 하며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업을 계획한 장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관련 지식을 쌓고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는 ‘커뮤니티 기반 협력학습’ 방법을 이용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이라크 문화를 인식하더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오는 3월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정보연구원에 특수분야 연구기관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