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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보리의 안단테칸타빌레>광고 속 그 음악
지난 12월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랑랑은 도착한 날 밤 늦게까지 TV를 봤는데 이렇게까지 TV광고의 배경에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오는 나라는 처음이라며 감탄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새삼 TV광고 속에 흘러나오는 음악 중 클래식 음악이 상당히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한 항공사는 오래 전 TV광고에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사용했는데 광고와 잘 어울린 음악이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그 항공사를 떠올린다. 셰익스피어의 ‘오텔로’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이 행진곡은 영국에서 특히 사랑받고 있다. 영국의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서 1901년에 처음 연주돼온 관객을 열광시킨 이래로 프롬스 축제의 폐막 공연을 여는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이 항공사는 최근에도 많은 클래식 음악을 광고에 사용했다. 요즘 TV에 나오는 광고에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 흘러나온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배웠을 이 곡은 두 대의 바이올린이 돌림 노래처럼 각자의 선율을 연주한다. 두 파트의 어우러짐이 기가 막힐 정도로 정교해 감탄을 자아내는 명곡이다.

한편 인기 절정의 한 여배우가 출연한 커피 광고에서 무반주 바이올린 음악이 흘러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 음악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쓴 24개의 카프리스 중 마지막 곡이다. 짧은 주제를 여러 가지 테크닉을 응용해 변주하는 곡으로 대단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당시 광고에 쓰인 음악은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연주로 그녀는 웬만한 바이올리니스트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만드는 난곡을 너무나도 쉽고 우아하게 연주해 ‘고급’ 커피를 표방한 광고 내용과 잘 어울렸다.

남자들에게는 팔지 않겠다는 도발적인 카피를 내세운 햄버거 광고에서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나온다. 햄버거를 먹지 못해 슬픈 얼굴을 한 남자 모델들 뒤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리아의 제목을 떠올리며 웃게 된다. 이 오페라를 보러 가서도 웃음을 터트리게 될까봐 걱정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제품을 떠올리게 된다는 푸념만큼 광고주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광고 내용과 딱 맞는 클래식 명곡들을 선택한 광고 음악 담당자를 탓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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