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위직 출신의 ‘전관예우’에 나섰던 로펌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지난 8월 고문으로 영입한 법무법인 ‘태평양’, 지난 2007년 대검찰청 차장검사에서 물러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영입한 법무법인 ‘바른’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의 경우 소속 변호사가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망신을 당하게 됐다. 바른은 정 후보자가 대표 변호사로 일하던 7개월동안 무려 7억여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과 관련해 지나친 전관예우로 국민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사법 시험 26회 출신인 강희락 전 청장은 지난 8월 퇴임 후 두달이 지난 10월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로 영입됐다. 법원, 검찰 고위 공직자가 로펌으로 옮겨가는 일반적인 전관예우와는 다르지만 경찰 수장 출신을 영입해 사건 수임에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또다른 전관예우로 볼 수 있다는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영입된 지 4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강 전 청장이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에 연루되며 브로커 유상봉(65)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 또한 이를 무마하기 위해 유씨에게 해외도피를 권유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로펌의 명예와 실익을 위한 전관예우 인사가 되려 로펌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된 형국이다.
강 전 청장의 건설현장 식당 비리 연루 의혹 등과 관련해 법무법인 태평양 관계자는 “현재 강 고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내놓기가 어렵다. 할 말이 없다”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는 공공연한 관행이다. 법원, 검찰 등의 고위공직자들이 로펌 등으로 진출하고, 그 중 일부가 다시 정부 고위직에 오르면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들의 수입이 공개되곤 했다.
정 후보자의 경우도 그렇다. 이번에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검찰 퇴임후 2008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7개월간 6억9943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이 세간에 알려졌다.
이외에도 박시환 대법관은 2003년 8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로 퇴직한 후 22개월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19억원 이상을, 헌재소장으로 임명되기 전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일한 이강국 헌재소장도 사건당 최대 5000만원의 수임료를 받고 연봉으로 매월 5000만원 가까운 급여를 받은 것이 공개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전관예우가 공정한 법질서 확립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법조 서비스 비용이 부풀려지는 원인이 돼서다. “고위 공직자 출신에 정권과도 인맥이 있는 경우에는 연봉이 십수억이 될 수도 있다”는 법조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전관들이 가져가는 막대한 수익이 결국 법조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용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이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강 전 청장의 경우처럼 로펌들이 검찰, 법원 출신 등 법조인 뿐만 아니라 일반 장ㆍ차관급 고위 공직자를 로비스트로 고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자신의 재직 당시 업무와 관련해 후배들에게 압력행위를 가하게된다. 이런 악습을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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