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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풀어야 할 유상봉 로비 의혹 3대 의문점
경남 지역 단체장과 여권 실세 인사 등 유상봉(65)씨가 접촉했던 공직자들의 폭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유씨의 로비선이 어디까지 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유씨의 주장이 관계 인사들이나 피해자들의 기억과 다른 점도 곳곳에서 드러나 로비 의혹이 유씨의 ‘허세’에 기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유씨 로비 의혹이 3대 의문점을 짚어봤다.

▶1억만 줬을까 = 유씨는 건설현장 식당 업계에서 “1000억원을 벌어서 500억원을 로비에 썼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로 ‘통 큰 로비’로 유명했다. 그러나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게 1억1000만원,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3500만원 등 정작 로비 대상에게 돌아간 돈은 크지 않은 편이다. 이 전 청장의 경우 아파트 분양권 중도금 대납 등 남은 의혹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억대에 머무른다.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직접 좌우하는 건설사 대표에게도 2억4000만원을 건네는 선에 그쳤다. 세간에 떠도는 ‘로비 대상 100명설’을 고려해도 500억원이라는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친다. 전직 경찰 총수가 1억1000만원 때문에 다른 경찰들에게 유씨를 적극적으로 소개시켜줬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때문에 유씨가 경찰을 비롯한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건넨 금품은 세간에 알려진 액수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권력형 브로커인가 늘그막 초라한 사기꾼인가 = 경찰과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씨가 희대의 권력형 브로커로 그려지지만, 유씨 특유의 과시성 언행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유씨를 질 낮은 사람으로 보고 접촉을 조심했다고 전해진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위는 “경찰청을 자주 드나들어서 예전에 몇 번 봤는데 질이 안좋은 사람으로 유명했다. 경찰들이 ‘나가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말년에는 회사가 거의 파산상태에 이르는 등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무리한 거짓말까지 해가며 로비 자금을 모으는 등 궁지에 몰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를 고소한 윤모씨는 “최근 몇 년간 건설 경기가 안좋아서 아파트 건설 현장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공사 현장에서 식당 운영권을 땄다고 속여 선금을 떼였다”고 전했다. 윤씨는 유씨에 대해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세련된 노신사라고 보기 어려웠고, 평범한 촌로에 가까웠다”고 기억했다. 유씨가 과시했던 전직 장관과의 인연도 오히려 유씨가 임모 전 장관의 동생에게 1억3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다.

▶건설현장 식당까지만 노렸을까 = 유씨가 본인의 주장대로 권력의 상층부까지 접근 가능했던 브로커였다면 로비 목적이 단순히 건설현장 식당만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건설현장 식당이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사면 3년에 10억원까지도 벌 수 있는 알짜배기 장사라지만 경찰이나 지자체, 국회 등을 가리지 않고 로비할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실제로 유씨는 강 전 청장에게 경찰관 인사 청탁도 하는 등 ‘+ α’ 로비 혐의도 드러났다. 일선 경위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안좋을 정도였던 유씨를 전직 경찰 총수가 계속 알고 지냈다는 것도 수상한 점이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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