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큰 나무가 표지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고 그 위에는 <농담의 세계>(조중의. 2010)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 느티나무 주변에는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어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다. 과연 이 느티나무에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도대체 그 '농담'이라는 것은 어떤 농담일까?

이 소설은 마치 일기를 쓰듯이 'O월 O일, 날씨 맑음, 폭염, 최고기온 45도' 라는 식으로 매 장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동네(동주시東州市 라는 가상의 지역이다)는 여름만 되면 폭염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최고기온이 항상 40도 이상을 웃돌고 사람들은 땀을 훔쳐내느라 바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에 바쁜 정치꾼들의 행태가 더욱 기가 막힌다.

특히 조팔개(만화영화에 나오는 저팔계라는 캐릭터가 연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라는 인물은 기업인으로 자수성가하여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권력을 쥐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더욱이 박수종이라는 의원이 갑자기 죽자 그의 미망인인 부인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한다.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치꾼도 아니고 시민도 아니다. 바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들이 바로 '농담의 세계'를 구성하는 주인공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523년이나 된 어마어마한 고목이다. 이 고목은 사고로 자신의 몸에 박혀버린 조팔개를 야금야금 흡수하는 '식인 나무'였음이 밝혀진다. 게다가 마을의 말라붙은 구십천에는 갑자기 이무기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말미에는 이미 사망한 박수종의원이 홀연히 유령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작가는 현실의 정치태세에 대해서 실컷 풍자를 해놓고 '이건 농담인 것을 잘 알지 않느냐'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하긴 요즘 정치판에 대한 뉴스를 보고 한번이라도 훈훈한 웃음을 지어본 적이 있는가? 정치에 대해서 날을 세워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한 번 시원하게 농담을 던져놓고 웃는 것으로 쓰린 속을 달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