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군 중 유독 국제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분야가 있다. 바로 안전, 표준규격 등 시험인증이다.
국내만 2009년 기준 연간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지만 유럽과 미국 등 외국 유명업체가 60% 이상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무려 100조원에 이른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지난해 유관기관 통합에 이어 올해부터 이 분야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서 주목된다. KCL은 현재 600억원 수준인 매출액을 내년 1000억원, 2015년 2000억원 등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KCL 오태식(55ㆍ사진) 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은 목표가)과도한 면이 없진 않으나 뚜렷한 지향점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같이 정했다”고 소개했다.
KCL은 지난해 7월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건자재시험연구원과 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통합해 출범했다. 각종 생활용품, 의료기기, 식품 및 화장품, 건축자재 등의 유해성과 안전성, 내구성 등을 시험ㆍ검사한다. 이를 통해 각종 공산품의 KS(한국표준), Q(품질), HS(위생안전) 등의 시험인증을 대행해 준다.
시험인증 기관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대형화가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국내 시험인증 기관은 크게 KCL 외에 화학융합시험연구원, 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의류시험연구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에 국제적 신뢰도 향상도 절실하다. 국내 대기업들도 해외 상품 수출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 다국적사 인증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오 원장은 “국내 시험인증 기관이 너무 영세한 곳이 많다. 다국적 기관과 경쟁하려면 통합이나 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공산품의 해외 수출이나 시판에 앞서 요구되는 각종 시험인증은 또하나의 강력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 이 분야는 대표적인 지식서비스산업에 속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되고 규격표준 관련 규제를 만들어 세계 무역에 적용시킨 유럽과 미국 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 SGS, 독일 TÜV, 미국 UL 등의 기관은 국내에 관련인력 각각 400∼500명씩을 보유하고 국내 시험인증 시장의 60%(2조5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오 원장은 이와 관련해 ▶국가간 상호인증에 대한 협정 ▶ 차별화 가능한 특화분야 육성 ▶시험인증 수수료 절감 및 기간 단축 등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이같은 목표 추진을 위해 직급을 간소화하고 연봉제와 호봉제를 섞은 급여체계를 도입했으며, 전국 28개 사업장을 통폐합해 업무 중복을 없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험인증 기관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일에 향후 수 년간 주력할 방침이다.
오 원장은 “아직은 멀지만 외국 유명기관의 중간 쯤이라도 따라가는 게 과제”라며 “후발주자의 이점 잘 살려 시행착오 줄이고특화분야를 육성하면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문술 기자@munrae>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