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편법 지원하던 시의원 유급 보좌관 유지 예산을 전액 삭감, 시의회와 또 충돌했다. 그동안 ‘서울시의회 대의기능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 명목으로 지원하던 예산 25억원은 사실상 시의원 보좌관 급여용으로 사용돼온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의회는 “무상급식 갈등에 대한 보복”이라며 거세게 반발하지만 애당초 잘못됐던 것을 바로잡는 데 불과하다. 반발하기보다는 제도를 바꾸거나 보좌관을 두지 않는 게 사리에 맞다. 현행 규정으로는 서울시의 조치를 반박할 수 없다. 원래 지방의회 의원은 국회의원과 달리 유급 보좌관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지난 2007년 4월부터 시의원들이 뽑은 보좌관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소속 연구원으로 채용, 시의회에 다시 파견하는 형식으로 인건비를 지원해왔다. 지난해 감사원이 서울시 감사에서 이 같은 ‘편법’을 지적했고, 행정안전자치부가 중지를 요구하자 서울시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의 태도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도대체 규정에도 없는 시의원 보좌관을 시청 산하 연구원으로 편법 채용해 인건비를 지급한 것은 시민을 우롱한 행위다. 예산 낭비 책임도 따른다. 시민 세금을 시장이 제멋대로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의회 의원의 유급 보좌관을 두지 않은 것은 지방의원직 자체가 ‘자원봉사’ 개념이기 때문이다. 처음 지방의회 제도가 부활했을 때 의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편법을 쓴 것은 의회를 회유 포섭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의회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속내 아닌가. 한나라당이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했을 때는 편법 논란에도 계속 지원을 하다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자 태도를 바꾼 것은 얄팍하다.
편법 제거에 항의하는 서울시의회나 이를 정치적으로 교묘히 활용하는 서울시나 오십보 백보다.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서로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더욱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방의원 유급 보좌관 제도는 그 의미가 없다. 1년에 조례안을 1건도 내놓지 않으면서 지방의원직을 중앙정치 진출의 발판이나 이권 개입 수단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수두룩한 것이 지방의회 현주소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대권을 꿈꾼다면 이런 얄팍한 수를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