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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그린 무브먼트’ 재개되나…시위 격화
이란에서 2009년 시작된 반정부 운동 ‘그린 무브먼트’(Green Movement)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2009년 부정 선거 논란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대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란 당국은 시내 곳곳에 병력을 배치하는 한편 야당 지도자를 가택연금하고 페이스북을 차단하는 등 시위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날 대규모 시위로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야당지도자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칼레메(kaleme.com)는 이날 시위대가 무력발생을 피하기 위해 이맘 호세인에서 아자디 광장에 이르는 10km 구간에 걸쳐 침묵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에서 간간히 “독재자에 죽음을” “신은 위대하시다” 등의 구호가 터져나올 때마다 군 병력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지팡이로 타격하거나 연행해 갔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사상자 규모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몇몇 반정부 웹사이트들은 최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 녹색의 민주화 물결 재개 움직임=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에 대해 ‘그린 무브먼트를 부활하려는 음모’라고 규정짓고 나섰다. 그린 무브먼트 운동은 2009년 부정선거 논란이 됐던 대통령 선거 이후 이란에서 일어난 반정부 운동을 총칭하는 것으로, 대선 당시 ‘그린’을 상징 색깔로 내걸었던 무사비와 또 다른 야당지도자 메흐디 카루비가 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그린 무브먼트로 현재까지 수십 명이 숨지고 개혁성향의 공무원과 언론인, 학생, 활동가들 수백 명이 수감된 상태다. 이란 정부는 이집트 혁명을 계기로 이 운동이 촉발될 것으로 염려해 시위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시위대는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중심으로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이들은 이란혁명 32주년이 되는 오는 18일께 추가 시위를 벌이겠다며 집회를 신청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살인적 물가 상승도 시위 동력=파이낸셜타임스(FT)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도 이번 시위의 동력으로 한몫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이란 정부가 각종 보조금 삭감조치를 단행하면서 밀가루 값은 40배, 석유 값은 4~7배, 전기와 물 가격도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들 물품을 공급하는 이들이 부를 쌓으면서 신흥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란의 경제전문가인 사에드 레이라즈는 “보조금 삭감조치로 실업률이 올라가면 계층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시위 격화를 예고했다. 2007년에도 이란 정부는 유류배급제를 도입해 시위를 촉발한 바 있다.

한편, 아랍권 민주화 시위 물결 속에 이란에서도 유혈 충돌이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시위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지지한다”며 이란이 이집트의 선례를 따라 정치 시스템을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집트인들에게 국가에 대한 견해를 표출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며 이란 정부가 자국민에게도 같은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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