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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외규장각 도서, 145년 만의 귀환
강탈당했던 도서 297책

145년만에 드디어 되찾아

박병선 박사·일선 외교관

각고의 노력에 감사




145년 만의 귀향이다. 1866년 병인양요의 환란 속에서 이 땅을 떠난 강화도의 외규장각 도서 297책이 프랑스에서 돌아오게 됐다.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그것은 단순히 옛 전적들이 돌아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잃어버리고 지워졌던 우리 문화와 역사의 일부를 되찾게 됐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가 있다.

외규장각 도서를 둘러싼 우리의 아픈 과거는 이러했다. 문예부흥의 임금, 정조는 1782년 왕실 관련 자료를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왕실도서관을 세운다. 외규장각이다. 19세기 전반의 자료는 이곳에 역대 국왕의 글과 글씨, 왕실족보, 의궤 등을 비롯한 6000여 권의 책이 보관돼 있었음을 증언한다. 외규장각은 조선시대 왕실문화, 기록문화의 보고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보고는 강요된 근대로의 격동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당시 조선의 정책과 충돌한 프랑스군이 저지른 강화도 침탈의 피해는 필설로 형용키 어렵다. 외규장각은 물론 그곳에 보관된 의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의궤(儀軌)란 조선시대 왕실과 국가의 각종 행사의 준비 과정과 의식 절차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국왕의 열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어람용이다. 고급 비단과 놋쇠물림으로 장정하고 천연염료로 곱게 채색한 당대 최고의 도서인 것이다. 이미 조선왕조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의궤 297책 중에는 유일본 30책과 제작 당시의 장정(裝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의궤도 12책이 포함돼 있어 그 학술적ㆍ문화재적 가치는 말할 나위가 없다.

외규장각 도서가 세상에 알려진 데에는 재불 서지학자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던 박병선 박사이다. 1975년, 그분의 노력으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외규장각 도서의 소재가 파악됐다. 그러나 도서 반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약탈 문화재가 분명함에도 프랑스 측의 입장은 너무나 강경했다. 1991년 학계의 반환 요청을 계기로 외규장각 도서 협상이 시작됐고, 1993년 양국 정상의 합의로 1권의 의궤가 돌아옴에 따라 해결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그러나 상호 대여와 등가 교환이라는 논리 앞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20여 년의 시간이 또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양국 정상은 실질적으로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을 약속했다. G20 서울회의의 성과이다. 대여라는 형식적 틀과 실리적 성과, 즉 명분과 실리를 조합해 우리의 외규장각 도서는 제자리를 찾게 됐다.

오늘이 있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신 박병선 박사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 최일선에서 뛰었던 외교관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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