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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보리의 안단테 칸타빌레>하이든·라흐마니노프…봄타는 마음에‘ 청량제’
꽃샘추위가 반짝 하고 찾아와 머물다 가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기에는 아직 조금 쌀쌀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인지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그 때문일까. 얼마 전 트위터의 한 지인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음악을 추천해달라는 트윗을 했다. 그에 필자는 청개구리처럼 오히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음악을 추천했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계절과 함께 마음 설레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다. 

많은 이가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곡은 아마도 비발디의 ‘사계’일 것이다. 각 3개 악장으로 이루어진 4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인 ‘사계’는 이름 그대로 사계절의 풍경을 묘사한 곡이다. 그중 첫 곡인 봄은 새들이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필두로 봄을 맞은 자연의 다양한 소리들이 묘사되어 듣는 이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한다. 지하철 방송 등 우리 주변의 너무나도 많은 곳에 쓰여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감상해본다면 봄이라는 계절의 공기를 음악으로 담아낸 비발디의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철저히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는 또 다른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다. 이 곡에서 라흐마니노프는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가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곡을 주제로 사용해 24개의 변주를 작곡했다. 피아노 협주곡의 형식이긴 하지만 교향곡과 같은 웅장한 느낌을 주는 이 대곡에서 가장 유명한 18번 변주는 듣는 이를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해 무아지경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곧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음악 하나로 이렇게 심장 박동을 당길 수 있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C장조 중 3악장도 기분을 몹시 들뜨게 만드는 봄 같은 곡이다. 빠르고 경쾌한 오케스트라의 전주가 끝나고 나면 독주 첼로가 C음을 길게 그으며 등장하는데, 탱탱한(!) 긴장감이 어린 첼로의 C음이 재잘재잘하는 듯한 오케스트라 파트와 한데 섞이며 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싱숭생숭’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들떠서 어수선하고 갈팡질팡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갈팡질팡하지만 않으면 잠시잠깐은 좋은 음악과 함께 설레는 마음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 지금 이맘 때 꼭 어울리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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