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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Choice | Book>Beginning Again
무엇이든 열심히 하리라 마음먹는 새 학기. 주요 시사 키워드 4개에 맞춰, 다소 ‘머리 아픈 책’ 5권을 소개한다. 굳은 각오를 한 직후가 아니면 읽기 힘드니 3월 안에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근성을 발휘해 읽는 다면, 푸짐한 지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 문화전쟁

《세계문화전쟁》

강준만 저 l 416P l 인물과사상 l 1만6천원

과거의 강국들이 영토를 넓혀 세계를 지배하려 했다면, 현재의 미국은 문화로 전 세계를 장악할 기세다.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와 미드를 보고, 영어를 배우며(그것도 주로 미국식), 애플 제품에 열광한다.

이 책은 미국 문화가 세계에 깊숙이 파고드는 과정과 타 문화가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과 언론 보도를 인용해 그 원인을 분석한다. 이 책의 재미는 언제부턴가 미드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싸이월드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유행하게 된 것처럼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넘긴 문화 현상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해 놓은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12장 중 마지막 장에서는 한류의 전개과정을 다뤘는데, 한국인으로서 한류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많은 전문가의 의견과 언론 보도를 인용해 각 사안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분석했지만, 몇몇 장은 인용구가 너무 많아 장황한 느낌이다.

2. 워킹푸어 

《한국의 워킹푸어》

프레시안 특별취재팀 저 l 261P l 책으로 보는 세상 l 1만2천원

오래된 우리 사회의 통념 중 하나가 부지런한 사람은 잘살고 게으른 사람은 빈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통념을 깨는 워킹푸어(working poor)라는 용어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워킹푸어란 문자 그대로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을 말한다.

워킹푸어는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에는 학교에서 매일 뵙는 비정규직 교수님, 동네의 구멍가게 아주머니, 나일 수도 있고 내 친구일 수도 있는 지방대생,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얼굴색이 다른 이주노동자 등의 워킹푸어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의 고달픈 삶의 이야기는 우리와 가까운 주변인들의 이야기라 가슴에 더 잘 와 닿는다. 드라마 보조 작가 이야기를 읽을 땐 얼마 전 요절한 최고은 작가 생각도 난다.

심층 인터뷰 중간 중간 등장하는 통계수치가 이야기 흐름을 깨는 것은 좀 아쉽다. 내용의 무게에 비해 쉽게 읽히는 편.

3.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Thomas L. Friedman 저 l 639P l 21세기북스 l 3만원

처음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누구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뭐지?’라는 궁금증을 가질 법하다. 간단히 책 제목을 ‘해석’해보면, 도요타의 자동차 브랜드인 렉서스는 첨단 기술로 만들어지고 전 세계에 팔리는 것으로 세계화를 의미한다. 올리브나무는 중동에서 신성한 나무로 통한다고 한다. 즉 전통적 가치를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둘은 충돌하지만 결국 승리는 세계화에 돌아간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으로, 그는 자신이 세계 곳곳에서 보고, 들은 일화를 근거 삼아 세계화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그가 말하는 바는 간단하다. “세계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새로운 국제시스템으로, 여기에 저항하면 도태되고 적응하면 진보한다.” 그의 이야기는 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지만, 읽는 내내 지루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잘 몰랐던 전 세계 구석구석의 변화가 바로 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는 것 같기 때문. 매 장 첫 부분에 실린 토막글 역시 흥미롭다. 이 짧은 글에 한 장을 꿰뚫는 전체 주제가 함축돼 있는데, 프리드먼의 뛰어난 통찰력이 느껴진다.

세계화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나,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일화 중 몇 개는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다.

《암행기자 귄터 발라프의 언더커버 리포트》

Gunter Wallraff 저 l 388P l 프로네시스 l 1만6천원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네 장은 권터 발라프가 직접 흑인, 노숙자, 텔레마케터, 빵 공장 노동자로 변장해서 겪은 이야기고, 나머지 세 장은 내부 고발자들을 취재한 결과다.

이 책에서 발라프가 직접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비판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는 단지 세계화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뿐이다. 그리고 이 체험과 이야기 속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부조리가 녹아 있다. 잠입 취재를 위해 흑인 분장을 하고, 영하 15도의 혹한에서 노숙을 하며, 공장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온종일 일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발로 뛰는 언론인의 표본이다. 책 중간 중간에 그의 변장 사진이 실려 있으니 원래 얼굴과 비교해보라. 웃음이 터질 것이다. 그렇게 웃다가 선진 복지국인 독일에도 세계화로 약자가 된 이들이 존재하며, 그 모습이 우리의 약자와 비슷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으면 갑자기 씁쓸해진다.

전체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으나 독일의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내용은 이해하기 힘든 편.

4. 식량문제

《식량의 종말》

Paul Roberts 저 l 524P l 민음사 l 2만5천원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밥 굶을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의 구제역 파동, 과일과 야채 값 상승,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지켜보며 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때가 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제까지 별 문제가 없었던 식품 시스템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그 답을 <식량의 종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폴 로버츠는 현대 식품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 유지되는지의 전체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그것을 분석 및 비판하며, 마지막에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의 요지는 현재의 식품 시스템은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체제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식량 문제가 발생하며, 이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농부, 축산업자, 식품을 유통 및 판매하는 대기업, 소비자가 만들어 낸 식품 시스템을 보면 인간의 욕심이 결국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시스템을 낳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자료와 인터뷰가 적절히 섞여 있어 이해를 돕는다. 딱딱한 내용이 많은 편.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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