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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Train의 日작가 미야지마 "죽음은 끝이 아니죠"
독일, 일본을 달리던 색다른 ‘LED 기차’가 서울에 왔다.

요즘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거리로 부상 중인 용산구 한남동의 일명 ‘꼼데 거리’. 그 중심축인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프랑스어로 ‘소년처럼’이란 뜻)의 복합 매장 내 ‘한남Six’ 갤러리에선 모형 기차가 끝없이 레일을 달리고 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다쓰오 미야지마(54)가 제작한 설치미술 ‘Time Train’이다. 시공을 초월해 영겁을 달리는 기차란 뜻이다.

이번 설치작업은 ‘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날로 심각도를 더하는 상황에서 삶과 죽음의 저 극단을, 그리고 환생을 성찰한 일본 작가의 작품이란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Time Train’이란 타이틀의 미야지마의 이번 작업은 2008년 독일의 서부 도시 레클링하우젠의 미술관에서 처음 소개된 뒤, 일본 오사카의 꼼데가르송 ‘오사카Six’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에 설치됐다. 작품은 숫자가 깜빡이는 푸른색 LED가 장착된 소형 열차가 62m 길이의 레일을 끊임없이 달리도록 설계됐다.

미야지마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1부터 9까지 숫자가 깜빡이는 디지털 카운터 작업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 첨단 테크놀로지에 동양적 철학을 접목시켜 ‘시간성’과 ‘생명사상’을 표현한 그의 작업은 세계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번에도 작가는 같은 맥락의 작업을 시도했다. 조명을 최소화해 어두컴컴한 갤러리 공간에서 푸른 빛을 내뿜는 LED 큐브가 실린 모형 기차는 쉼 없이 주행하며 전시장을 ‘시공을 초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 미니 기차는 실제로 1932~45년 독일에서 전쟁물자 등을 운반하고,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싣고 갔던 기차와 똑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작가는 독일의 기차 모형 전문업체가 정교하게 축소해 만든 미니 기차를 작업에 활용했다. 독일의 가장 암울했던 역사를 상징하는 오브제인 셈이다.

미야지마는 모형 기차 10량에, 점등하는 LED 박스 100여개를 장착해 삶과 죽음, 환생과 순환을 표현했다. 기차에 실린 LED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절규하는 유대인의 영혼을, 넓은 의미에선 좌표를 잃은 채 번뇌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점멸하는 LED 숫자는 ‘계속적인 변화’ ‘연결성’ ‘영원한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개념의 집합체다. 


그러나 미야지마는 환생과 삶의 윤회를 암시하는 이번 설치작품에서 죽음을 꼭 절망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순환 속 한 단계’로 표현했다. 죽음을 뛰어넘어 그 우주의 한 존재로써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고 있는 것.

작가는 “이번 작품을 독일에서 처음 발표했을 때 아우슈비츠를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이라 반향이 매우 컸다. 우리가 미쳐 못한 작업을 동양의 작가가 했다”며 크게 주목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젊은 관객들도 전시장을 많이 찾아, 과거 역사를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야지마는 도쿄국립대 예술대학 출신으로, 도쿄 롯폰기 힐스의 TV아사히 외벽, 도쿄 오페라시티, 삼성미술관 Leeum 등의 공공미술 작품을 여럿 제작했다. 5월 1일까지. 무료입장. 02-749-2525
사진설명=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명멸하는 LED 큐브를 싣고 62m의 둥근 레일을 끝없이 달리는 다쓰오 미야지마의 ‘Time Train’. 아우슈비츠 대학살을 다룬 작업이다. [사진제공=꼼데가르송 한남Six]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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