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기 외부전력으로 냉각 본격화
2·3호기서 연기…불안감은 여전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가 일단 중대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한때 2, 3호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1~4호기에 대한 전력복구 작업이 잠시 중단된 상황이나, 5호기에 처음으로 외부전력이 공급돼 냉각이 본격화되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1일에 이어 22일 오전에도 2, 3호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1일 오후부터 5호기에 대해 비상용 전원이 아닌 외부전력으로 원자로 냉각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1~6호기 가운데 외부전력으로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냉각을 시작한 곳은 5호기가 처음이다. 5호기에 인접한 6호기에도 23일부터 외부전력이 공급될 방침이다.
2호기의 경우 21일 오후 연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외부전력을 원자로 건물 내부로 통하는 배전반까지 끌어 들여놓고 주제어실(MCR) 등의 전력 회복을 위해 부품 교환작업이 진행됐다. 3호기와 4호기는 방사선 방출량이 많은 곳을 피해 전력 케이블 부설작업이 진행됐다.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복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1~3호기 격납용기에 손상이 없다고 발표해 낙관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윌리엄 보르차르드 NRC 이사는 21일 위원회 회의에서 “1, 2, 3호기 노심 손상을 확인했으나 격납용기는 파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2, 3호기 격납용기는 손상이 확실시돼 왔으며 1호기도 손상이 의심돼 왔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공개로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해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일부 긍정적인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일본이 이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는 원자로의 안정적인 복구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21일 2호기에 대해 전력공급을 일부 재개해 사전점검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센서와 계측기기 등 부품에 상당한 손상이 발견돼 교체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프렐라스 미국 미주리대학 핵과학공학연구소장은 이와 관련해 “부품 교체가 없어야 희망이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고농도의 방사능이 노출된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많이 지체돼 위험하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부품 교체에 2~3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2, 3호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가 이틀 연속 피어올라 현재 전력복원 등의 작업을 진행하던 인력이 모두 철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냉각장치 정상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22일 아침부터 2호기에서 증기와 같은 기체가, 3호기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방송은 21일 발생한 연기에 대해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 “폭발음이 들리지 않은 만큼 수소 폭발일 확률은 낮다”며 “방위성 조사에서 현장 온도가 약간 올라갔다고 밝혀진 만큼 전력 케이블이 탔을 개연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21일 후쿠시마 원전을 덮친 쓰나미의 높이가 적어도 14m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진에 동반된 쓰나미 높이가 5m를 약간 넘는 데 그칠 것으로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어서 원전 사태 책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될 전망이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